이제는 놓아주여야 할 캐리어
투어가이드의 엄마였던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
폐암이 다 나으면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며
캐리어를 주문했다.
엄마가 완치되고 수많은 여행을 기대하며
정말 튼튼한 캐리어를 샀다.
확언의 법칙, 자기 암시처럼 100% 우리 엄마는
암이 완치될 거고 믿었다.
하지만 남들에게 일어나는 그런 행운은
당연히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엄마는 그렇게 죽었다.
그때 산 캐리어는 내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태국을 갈 때 사용하게 됐다.
그 이후 수십 번의 태국, 베트남, 한국을 오가며
낡아버린 캐리어를 보며
어쩌면 엄마가 나를 지켜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죽을뻔한 순간이 오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불가능했을 것이고
수많은 죽을 뻔한 순간에 캐리어 속
엄마가 나를 구해내지 않았을까?
엄마가 죽은 지 10년
태국으로로 나간 지 10년
캐리어를 사용한 지 10년
그 캐리어를 가지고 태국 여행을
왔다.
10년 동안 많은 일이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생각에 잠기며 혹은 추억에 잠기며
그렇게 살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