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혼 ✔편모 ✔편부 ✔계모 ✔별거 췌크!
2014년 8월 20일, 대한민국 남자라면 간다는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정확히 3시간 후, 정신병자가 되었다.
체크박스 몇 개에 솔직하게 표시했을 뿐인데
나는 소대장의 뺨을 맞고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렇다. 너무 솔직했던 나의 자백은 군대에서 용납될 수 없었다.
"101번 훈련병 이돈독, 당직사관실로 지금 당장 옵니다"
훈련소 내 스피커에서 울려퍼진 방송이었다.
입대 첫날, 옷을 갈아입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신상명세서 작성'이었다.
어느 조직, 모임을 가든 의례적으로 하는 절차.
이름, 주소, 생년월일까지 작성하고 있는 중에
소대장이 들어와 큰소리로 외쳤다.
거짓말 없이 모두 솔직하게 적도록 합니다!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 없이 있는 사실을 적습니다!
나는 한치의 과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적어야겠다 생각했다.
가족사항에 해당되는 부분에 체크를 했다.
✔이혼
✔재혼
✔편모
✔편부
✔계모
✔별거
입양 칸도 있었는데, 나는 입양은 아니니까 패스!
이렇게 체크를 하고 101번 훈련병이었던 내가 다 걷어 제출했다.
그리고 2시간 후,
방송이 두 번 울렸다.
그렇게 당직사관실로 달려간 나는 찰싹, 뺨을 맞았다.
어안이 벙벙한 채 소대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소대장이 나에게 하는 말.
"군대가 장난이야?
어디서 신상명세서에 장난을 쳐?
이게 그대로 부대로 가는 거 몰라?
누구 엿을 먹일려고 장난을 쳐, 개새끼야?"
나는 정말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대장님 죄송하지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소대장은 폭발했다.
"내가 소대장하면서
이혼, 재혼, 편모, 편부, 계모, 별거에
다 체크하는 새끼는 처음 본다."
"얼마나 군대를 x밥으로 보면 이따위 행동을 하지?
이런 환경을 모두 체크할 수 없으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환경이면
정신병자여서 훈련소조차 올 수가 없다.
정신병으로 걸러진다."
| "맞다. 나는 사실 정신병자여야 맞는 것이다.
| 하지만 저런 일을 겪고도
|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거라고
| 위로하며 일상생활을 한 것이다."
그냥 내가 만화 속 주인공이니까,
드라마 주인공이니까 이런 일쯤은 겪는다고
생각하고 지내면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마음 속은 썩고 있었을 것이다.
| 8살 때 부모님의 이혼 후
| 아버지한테 15살 때까지 크던 중 아버지의 재혼
| 그리고 사업 실패 후
| 17살 때 다시 버려지고 어머니와 생활
| 그렇게 21살까지 어머니와 생활하던 중 입대
이때는 몰랐겠지,
제대하는 그 해에 어머니가 죽어버릴지는.
그리고 이때는 몰랐겠지,
그 죽어버린 대가로 받은 어머니 사망보험금을
외삼촌이 주식으로 날려버릴 줄
아직 질풍전이 시작하지 않았는데
나보고 정신병자라고 한 소대장의
나이가 되고 보니 이해가 간다.
본인도 처음 봤겠지, 그리고 무서웠겠지.
가정환경이 불우한 새끼는 사고를 칠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게 흥분하던 소대장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소대장님 저 정신병자 아닙니다.
이혼, 재혼, 편모, 편부, 계모, 별거 다 겪었지만
저 잘할 수 있습니다."
"다 겪었으니까 군생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충성!"
이렇게 말하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한창을 바라보고 나서야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소대장은 과연
나를 퇴소시켰을까? 입대시켰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