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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6. 2019

넷플릭스, 콘텐츠 글로벌화 창구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미국- 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3년이 되었다. 국내 회원 수가 150만을 돌파했으니 글로벌 회원 수 대비 1%가 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빠른 성장으로  '파괴적 혁신'의 선도자란  별명이 붙는다. 실제로 미국 혁신 대표 기업군을 설명하는 단어 FAANG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세계 동영상 서비스 1위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메기가 될 것인가, 황소개구리가 될 것인가 하고  언론은 업계 촉각을 돋운다. ‘옥자’, ‘킹덤’, ‘미스터 선샤인’, ‘범인은 바로 너’등 직접 투자한 영화와 드라마, 예능 작품이 늘어나면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재미는 왕서방이 봤던 중국 시장 진출 사례도 얘기된다. 넷플릭스의 등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 모범

   미국에는 넷플릭스를 보며 편하게 쉰다라는 뜻으로 ‘netflix and chill’이란 말이 유행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넷플릭스가 기업문화의 모범생이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정리한 자료 ‘컬처 덱’을  쉐릴 샌드버그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평가한 바 있다. 쉐릴 샌드버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수익을 창출한 광고 모델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현재 페이스북 부사장이다.  '컬처 덱'의 요지는 자유와 책임이다. 기업에 복장 규정이 없다고 해서 나체로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휴가와 출장은 보고할 필요도 없다. 직원에게 최고의 보상은 최고의  동료직원을 채용해주는 일이다. 탁월한 직원들이 함께 일하면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성장한다. 최고의 직원을 채용하는 방법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주는 것이다. 기업이 커지면 규정과 규칙이 많이 생긴다. 관료화를 막으면 더 좋은 인재가 들어온다.  경영자가 할 일은 회사에 방해되는 직원은 보상과 함께 내보내는 것이다. 규정이 꼭 필요하다면  일할 때 ‘회사에 도움되는 일인가?’ 질문하는 것이다.   '컬처덱'의 주요 내용은‘자유와 책임’이다.     


   10년 후를 생각하는 경영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과 관련해 자주 얘기되는 말이 있다.   빌려온 비디오를 제 날짜에 돌려주지 못해 40불의 연체료를 물고 나서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한 게 창업 동기라고 한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헤이스팅스 CEO에겐 원래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 구상이 있었던 듯하다. 비디오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명을 인터넷 영화라는 뜻의 넷플릭스(인터넷+영화)라고 지은 것도 그 이유이다.  인터넷 영화 서비스 사업을 바로 시작하지 않은 것은 창업 당시인 90년대는 인터넷 확산 초기로 속도나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디오와 DVD 대여 사업을 하면서 때를 기다린 것이다. 물론 그냥 기다린 것이 아니고 연체료 없는 정액제, 우편배달, 추천제 등 혁신 아이디어로 당대 1위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를 제압해  브랜드 홍보도 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10년 후인 2007년에 인터넷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했다. DVD 대여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의 사업전환 리스크를 감수한 덕분에 선발 블록버스터를 앞설 수 있었다. 뒤늦게 우편배달 사업을 하려던 월마트까지도 이길 수 있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착수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했고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단계적 글로벌 진출을 확대했다. 콘텐츠 사업의 성공 핵심인 언어와 문화를 감안 미국과 가깝거나 영어권에서 시작해 현재는 190개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독일에서 아마존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바 있고 애플, 디즈니의 시장 진출에 대응해 현지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한류의 비중을 감안 한류 콘텐츠 확보와 자체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이다.       


   비밀 병기 영화 추천제

   한국 진출 초기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우선 콘텐츠 부족이었다. 3년 만에 150만의 회원을 확보하게 된 것은 콘텐츠를 차근차근 늘려나간 것도 이유가 되지만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추천 시스템이다. 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인데 물론 아마존이나 다른 기업도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넷플릭스의 추천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용자 주문의 75%가 넷플릭스 추천 타이틀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우수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회원이 선택 가능한 영화는 종류에 따라 카테고리가 나뉜다.  가령 미국 범죄 장르 n=1, 영국 코미디 n=1009가 그것이다. 인간의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선택지 수는 대개 12개 정도라고 한다. 넷플릭스는 Top 10 리스트 방식으로  열 가지를 추천한다. 알고리즘 산식은 협업 필터링, 내용기반 필터링이 있는데 협업  필터링 모델은 이용자의 행동정보, 내용기반 필터링 모델은 작품 자체의 내용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가령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본 사람이 홈랜드를 좋아했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 신청자에겐 홈랜드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2006년 알고리즘 공모를 한다. 당시까지 이용하고 있던 모델보다 추천 정확도를 10%를 높일 수 있으면 상금 100만 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4만 팀이 공모에 응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경험하는 것은 큰 혜택이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신청했다. 특히 48만 명의 이용자와 1만 8천 건의 영화를 매칭 했던 데이터  1억 건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제공했는데 업계에는 넷플릭스의 이러한 오픈소스 결정이 큰 충격이었다.     


   자체 제작 콘텐츠

   미국, 유럽 시장 70% 이상, 세계 시장 40%대 점유율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지만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 2위  아마존 이외에 새로 진출하는 애플과 디즈니가 그 예이다. 디즈니의 경우 현재 유통하고 있는 많은 제품의 주요 제작사이자 향후 경쟁사에 대한  견제  가능성을 감안하면 넷플릭스 자체 제작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인기 자체 제작물로 미국 정치의 권력암투를 다룬 '하우스 오브 카드'가 있다. 에미상 3관왕을 차지한 바 있고, 또 동방견문록의 마르코폴로 일대기를 다룬 '마르코폴로'는 TV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금액을 들여 만들어서 인기를 누렸다. 2014년 '오렌지 이스 '뉴블랙' 역시 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는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이 분야 투자규모는 약 80억 불을 기록했다.  자체 제작 결정 시에도 넷플릭스의 비밀병기인 빅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 시 빅데이터 분석에 의한 수요조사를 했으며  인기가 높았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 케빈 스페이시 주연이 결정되었다.

               

   글로벌 전략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전개된 글로벌 진출은 5년 후 50개 국가에서 10년이 안된 현재 190개국에 이르고 있다. 짧은 기간에 거의 전 세계에 진출한 비결로 콘텐츠 내용, 추천 시스템, 다양한 요금제(3종류), 결제의 편의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콘텐츠 현지화,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OTT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영국의 보다폰, 브리티쉬 텔레콤, 독일의 도이체텔레콤, 프랑스 오랑쥐 등 주요 통신업체와의 서비스 통합, 무료 6개월 마케팅을 통해 제휴를 늘리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한국의 한류 활용 콘텐츠 제작도 글로벌 시장 확대의 일환이다.  넷플릭스의 급격한 시장 확대에 대응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조치도 취해진다. 유럽의  ‘넷플릭스 쿼터제’등의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 제한에는 한계가 있어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

  ‘백일홍’, ‘너의 이름은’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 시장 히트로 지난 7-8년간 일본 애니메이션은 해외 매출이 70억 불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일본 애니메이션 협회 보고서). 넷플릭스 12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조디악의 기사: 세인트 세이야’를 제작한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진출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존에 –5%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던 게 넷플릭스와 협업으로 +15%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알려진다. 넷플릭스의 국내 제작 첫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협업의 장점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게 해준다고 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제작 첫 드라마 ‘킹덤’ 관련 미국의 온라인 매체 CNET은 꼭 한 번 봐야 할 드라마로 평가했다. 국내 평균 수준 이상의 제작비 지원, 창작 자유 허용, 100% 사전 제작, PPL 없는 밀도 등 장점 들이 언론에 소개되지만  190개 국가 동시 상영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와 관련해 넷플릭스의 활용과 협력 방향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미국 공립학교 개혁 후원, 재산 1/2 기부 약속, 실리콘밸리 기업문화 혁신으로 미국의 주목받는 기업가, 리드 헤이스팅스는 대학 졸업 후 2년간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에서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때의 경험과 삶이 넷플릭스의 연체료 폐지, 스트리밍 도입, 글로벌 진출 결정 등 리스크 대처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넷프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을 개방하고 개혁하는 통로이자 가교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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