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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Sep 14. 2020

시마노, 자전거 업계의 인텔

(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 일본 시마노 )

     

듀라-에이스 Di2 세트 (출처: 시마노)

     자전거 부품의 대명사 시마노가 백 년을 맞는다. 1921년 철공소를 열고 선반 한 대를 빌려 시작한 시마노의 역사는 자전거계의 인텔을 만들어 냈다. 시마노가 내장된 자전거는 컴퓨터에서 인텔 내장 못지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마노가 없으면 자전거의 8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자전거 산업에서 등급을 정할 때 자전거 브랜드보다 자전거 속에 사용된 시마노 부품의 등급으로 자전거의 수준을 판단한다. 듀라에이스로 시작하는 사이클, XTR로 시작하는 산악용 자전거 부품 시리즈는 그대로 자전거 등급이 될 정도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 대회인 불란서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200여 명의 선수들 중 시마노 부품 장착률이 60%가 넘는다. 세계 자전거 부품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급품으로 갈수록, 변속기처럼 일부 부품은 그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철공소 직원이었던 창업자 시마노 쇼자부로는 1차 대전 후의 불경기로 일거리가 없어지면서 직접 철공소를 차렸다. “고객과 경쟁하지 말라”는 그의 좌우명은 기술 몰두의 자세를 엿보게 한다. 실제로 창업 후 연구했던 프리휠 개발의 성공이 시마노 역사의 기반이다. 프리휠은 자전거 페달의 움직임이 멈추거나 거꾸로 돌아가도 바퀴는 차르르하면서  앞으로 진행하게 하는 장치다. 프리휠의 성공은 시마노 혁신 역사의 효시다.      

왼쪽 위부터 시마노 쇼자부로 (창업주), 시마노 쇼조 (장남), 시마노 게이조 (차남), 시마노 요시조 (3남), 시마노 요조 (장남의 1남 , 현 CEO ) 


       기술, 신뢰의 발판

       첫 제품은  ‘3.3.3’ 브랜드의 프리휠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품질에 대한 창업자의 자부심은 하자 제품은 두 배로 교환해준다는 마케팅으로 나타난다. 그 후 자전거 역사에 남을 만한 개발이 이어졌는데 미국에 등록된 특허만도 500 여개에 이른다. 50년대 미국 진출 시 호평을 받은 변속기는 세계 표준이 되었다. 기어를 바꿀 때 사용하는 변속기 장치에 대해서도 시마노 혁신을 빼놓을 수 없다. 달리면서 쉽게 변속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숫자 표시 인덱스 장치를 개발했다. 시마노 인덱스 시스템 (SIS)은 자전거 변속을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브레이크와 변속 조절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 두 조절 장치를 합친 듀얼 컨트롤러를 만들어 핸들에 부착했다. STI로 알려진 이 장치 역시 업계 최초다. 강도와 자재 절약에서 탁월한 재료의 단조 가공방식도 시마노가 원조다. 알루미늄 절삭이나 주조 방식에 비해 절삭으로 낭비되는  자재도 절약하게 강도도 획기적으로 상승했다. 절약, 강도 상승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이클을 시작하려면 외워야 할 게 있다. 시마노 시리즈 명칭이다.  사이클 부품 시리즈  5개, 산악용 자전거(MTB) 부품 시리즈 8개가 그것이다. 사이클은 듀라 에이스 (Dura-Ace)에서 소라(Sora)까지, 산악용은  XTR에서 투어니(Tourney)까지 알아야 자전거 평가가 가능하고 회원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자전거를 좀 타는 사람은 시마노 부품으로  자전거를 평가한다. 세계 명차 BMW에서 만드는 BMW 자전거는  시마노 부품 브랜드를 그대로 모델명으로 쓸 정도다. 기술이 신뢰를, 신뢰가 세계 표준을 만드는 이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시마노 프리휠 (1921) (출처: 시마노)


      창업 100년 간 경영자 4명

      경영을 길게 보는 문화는 독일과 함께 일본 기업의 특징이다. 일본은 세계 장수 기업이 가장 많다. 장기 경영은 마케팅에 있어서도 반영된다. 시마노는 보이지 않는 부품이지만 일반에게 알려지도록 브랜드 전략을 펼쳤다. 완성품 자전거 제조사들이 1차 고객이지만 소비자들을 위한 마케팅, 홍보도 병행해왔다. 소비자들에게 시마노 브랜드를 홍보하면  자전거 숍에서 시마노 부품을 찾을 것이고, 자전거 메이커는 시마노 부품을 쓰게 될 것이다. 마치  인텔 부품을 찾는 고객 때문에 컴퓨터 업체는 인텔 부품을 쓸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소위 B2 B2 C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기업과 기업 간(B2B) 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B2C) 마케팅이 합쳐진 것이다. 100년 시마노에게도 경쟁자가 있다. 이태리 캄파놀로(Campanolo), 미국 스램(Sram)이 주요 경쟁자다. 캄파놀로는 클래식 디자인, 스램은 변속감이, 시마노는 내구성이 장점인 것으로 알려진다. 자전거 원조, 유럽의 기업과 기술의 첨단 미국의 기업이지만 일본 기업을 따라 오질 못한다. 시마노가 유지하는 7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그것을 말한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 듀라-에이스의 역사가 보여주는 11단 변속기, SIS, STI, 컴포넌트 공급 방식, 전자 변속장치 (DI-2)의 기술 혁신이 비결일 것이다. 컴포넌트 공급 방식은 부품을 낱개 대신 세트로 조립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마노 듀라 에이스 모델에서 시작했다.

      

      100년간 5명이 경영을 맡은 것도 시마노의 특징이다. 평균 1인당 20년을 맡은 셈이다.  기술개발의 지속성, 철학의 승계가 가능한 이유다. 창업자가 37년, 장남이 34년, 차남이 3년, 삼남이 5년을 맡았다. 현재는 장남의 손자가 20년째 맡고 있다. 창업자가 프리휠 기술로 시마노의 뿌리를 놓았다면 장남이 수요에 맞춘 상품의 기반을, 자전거 박물관과 스텔라 낚싯대 개발 업적의 차남, 듀라 에이스 25주년을 있게 한 삼 남, 전기자전거 시대를 맞아  혁신을 업그레이드하는 3세 시대를 보내고 있다.

시마노 Coasting 자전거 (출처: 시마노)

      

      스트레스 프리

      시마노 개발 철학은 스트레스 프리 (Stress free)라 할 수 있다.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변속 장치의 발전이 그 철학을 보여준다. 운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변속 인덱스 장치를 만들고, 브레이크와 변속 버튼을 하나로 묶은 듀얼 컨트롤러를 만들고, 변속의 전달을 케이블에서 전자식으로 바꾸는 데까지 이르렀다. 일반인용 편한 자전거 만들기 프로젝트도 시마노 철학의 일환이다. 미국의 디자인 회사 IDEO와 함께 만든 일반인용 자전거 Shimano Coasting은 어린 시절 자전거 타던 추억을 되돌려준 가장 편한 자전거로 꼽힌다.  시마노가 자전거와 함께 만들고 있는 낚싯대, 조정 액세서리도 역시 100년 시마노의 신뢰를 똑같이 담고 있다.  “ 시대가 빠르게 바뀌어서 변화를 반영해야겠지만 기본은 놓치지 말자. 새벽 언덕 자전거 타는 사람의 상쾌한 호흡, 처음 낚시하러 나간 사람들의 설레는 기대감, 잔잔한 호반을 가로지르는 조정 선수들의 상쾌함. 우리 제품이 만드는 삶의 즐거움이다” 시마노 요조 현 경영자의 96주년 기념사 문구가 ‘스트레스 프리’ 100년 시마노 제조 정신을 우리에게 느끼게 해 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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