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 일본 미라이 )
무대의 막이 오르면 배우는 혼자 생각하고 행동한다.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막이 오르면 간섭하지 말고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막이 오른 후 간섭하는 경영자는 3류 경영자다. 한국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일본의 괴짜 기업 미라이공업 회장의 말이다. 건축용 전기제품을 만드는 미라이공업은 출근부, 야근, 보고, 승진 시험, 유니폼이 없다. 급여는 업종 평균 이상, 근무시간 7.5 시간, 육아휴직 3년, 전원 정규직, 해고는 없고, 70세 종신 고용이다. 5년에 한 번씩 전 직원 해외여행도 있다. 1965년 창립 이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고, 경상 이익률도 평균 15% 수준이다. 동종 업계 평균 3% 보다 훨씬 높다. 덜 일하고 더 쉬고 비정규직도 없고, 정년은 다른 기업보다 훨씬 늦은데도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직원 아이디어가 혁신 자산
이 회사에는 다른 회사에 없는 것들이 많다. 파격적인 복지와 함께 직원 아이디어 제도이다. 년간 2만 여건의 직원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과 경영 개선에 반영된다. 복사 용지 절약과 같은 간단한 제안에서부터 매출과 직결된 혁신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제안이 활발하게 모인다. 제안은 제출만 해도 격려금이 주어진다. 금액은 500엔에서 3만 엔 까지 제안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직원들은 자기 아이디어가 제품과 혁신에 반영되므로 활발하게 참여한다. 어떤 직원은 년간 232건까지 제출한 직원도 있다. 새해 목표를 제안 50건으로 정하는 직원도 있다. 심사 절차에서 통과되지 않아 실망할 수 있으므로 아예 제출만 해도 격려금을 지급한다. 월, 년간 단위 심사 결과를 발표해 표창을 한다. 플라스틱 스위치 박스 제품의 개선 사례를 보자. 스위치 박스는 플라스틱이므로 건축물 안에 내장된다. 나중에 고장이 났을 때 벽을 헐어내야 하는데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개선안으로 알루미늄 테를 박스에 두르면 전류 탐지기에 반응이 되므로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케이블을 커버하는 파이프 만들 때 개선 사례도 있다. 케이블 설치 공사 때 파이프로 감싼다. 이 경우 대부분 회색을 쓴다. 눈에 잘 띄지 않고 회색 칼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프 색깔을 흰색으로 쓰자는 제안 있었다. 회색은 사용자에게 안 보여서 인기지만 흰색은 구매자에게 잘 보여서 인기였다. 직원들이 제출한 아이디어 덕분에 한 해에 신제품이 200-300개가 출시되고, 전체 제품 중 특허 제품이 90%가 넘는다.
명령하지 않는다
성공 비결은 제안 제도뿐 아니다. 복지와 함께 직원 자율이 충분히 주어진다. 작업량도 본인이 정한다. 명령이 없다. 창업주는 한 인터뷰에서 명령은 정년 연장하라는 것 외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시간 외 근무나 잔업은 없다. 전기세와 생산 효율을 따져볼 때 별 시간 외 근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시간 외 근무 예산이 있다면 정규직 한 명 더 채용하는 게 낫다고 한다. 미라이 공업에는 호렌소가 없다. 호렌소란 보고(호코쿠), 연락(렌라쿠), 상담(소당)의 첫 글자이다. 협의, 상담할 시간 있으면 혼자 더 고민하라는 뜻이다. 상담하러 찾아온 직원을 경영자가 혼낸다고 할 정도다. 회사의 경영 철학이 “항상 생각하라”이다. 채용 기준이 특별히 없다. 승진을 위한 평가도 없다. 때가 되면 승진하지만 승진했다고 해서 호칭이 달라지진 않는다. 모두 “씨”라고 부른다. 경영자 리더십은 직원을 뽑아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간주된다. 스스로 생각하여 제품에 반영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혁신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5시 전에 퇴근하는 제도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밥 먹고 잠자는 것은 동물도 하는 일이다. 집에 가서 밥 먹고 잠만 자다 나올 수는 없지 않으냐. 미라이 창업주의 답변이다. 2014년 작고한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의 뒤를 이어 경영을 맡고 있는 장남 야마다 마사히로 역시 부친의 철학을 따르고 있다. 낮에는 복도에 전등을 끄고 복사기는 4개 층에 한 대씩, 서류 봉투는 50회 재활용 등 구두쇠 창업주의 검소한 생활 역시 이어지고 있다. 회장 급여가 직원의 겨우 두 배가 안된다. 회사차는 트럭과 승합차 밖에 없다. 선대 회장은 “총리가 와도 승합차로 모실 수밖에 없다”라고 한 적이 있다.
리더의 솔선수범
부친의 검소와 절약은 이유가 있다. 본인의 급여를 아껴 직원의 급여를 늘려주기 위한 것이다. 아들 경영자는 부친의 검소한 경영방식에 프라이드를 느낀다고 한다. 평균 이상의 복지와 평균 이하의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동종 업계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미라이 공업사의 성공 비결이다. 직원의 행복, 경영자의 근검과 솔선수범, 그리고 무대에 올라간 배우에겐 간섭하지 않는다는 창업주의 철학이다.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