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 일본 교세라)
마쓰시다, 혼다와 함께 일본 3대 경영자로 꼽히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는 철학자 경영자이다. 세계 첨단 세라믹 시장의 절반의 점유율을 보유한 일본의 대표 제조업체 창업자이지만 퇴임 후에는 스님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경영자들, 특히 젊은 경영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마음의 기둥이기도 하다. 돈으로 경영하지 말고 마음으로 하라. 돈이 목적이라면 기업가가 되지 마라. 기업의 목적은 종업원의 행복이고 인류사회의 진보 발전이다. 후진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의 경영 인생에 힘을 싣는다. 200여 개 자회사, 8만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교세라의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그가 말하듯 돈이 아니라 철학이다. 2010년 경영부실로 빈사 상태에 빠졌던 JAL의 긴급 구원투수로 초빙되었을 때 3번이나 거절했다. 결국 3년 임기 무보수 조건으로 나선 그의 결정도 첫 번째 이유는 3만 명이 넘는 종업원의 일자리 구제였다. 1년 만에 적자를 흑자로, 2년 만에 법정관리 졸업, 3년 만에 재상장의 기적을 만들어낸 결과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나이 78세 때였다. 실업 위기의 직원 일자리를 구하고, 항공사 독점을 막아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하자는 것이 노 경영자를 움직인 동기였다.
이나모리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13살 때 결핵을 앓은 후 이웃의 소개로 불교를 접하고 이타적 삶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창업 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며 경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종업원과 그 가족의 행복이 1차 경영 목표가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대표의 매년 임금인상과 상여급 지급 요구에 대해 “내가 사리사욕을 추구하거나 어설픈 경영을 하면 나를 찔러 죽이라”라고 했다. 진심을 읽은 사원들은 물러섰다. 교세라 필로소피, 즉 사람 우선 경영의 교세라 철학 수첩은 이를 계기로 만들어졌고 직원들의 주머니 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돈이 목적이라면 사업을 하지 말라. 회사의 크기는 리더의 크기를 넘지 못한다. 회사의 성공은 경영자의 인격에 달려있다. 경영자를 위한 조언의 일부다. 직원들을 위해 남긴 말에는 지금 맡은 일을 사랑하라. 노동도 스님의 수행과 같다. 맡은 일에 빠지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종업원의 행복, 인류사회의 진보를 말로만 주장했다면 좋은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 남겠지만 그가 오랫동안 존경을 많이 받는 이유는 이상과 실천 노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행복을 위해 이익을 남기려 노력했고 적자 기록 없이 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적자는 죄악이다, 기업은 최소 이익 10%는 남겨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아메바 경영
인간존중 철학의 이상적 경영자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다. 회계의 정확성을 강조했고, 이윤 창출을 강조했으며 이익을 내수 있는 성공방정식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철학을 담기 위한 그릇이 아메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교세라에는 3천 여개의 작은 조직이 있다. 유연함, 책임성, 투명성이 특징이다. 아메바 조직은 독립채산제이다. 성과는 이익을 사람 숫자로 나눈다. 사람 숫자는 투입한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당 창출한 이윤이 3천 개 조직별로 투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업무에 책임감을 갖게 된다.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야기될 수 있는 조직 이기주의는 경영자의 비전과 철학, 교육, 공동체 의식, 조직들 간 소통으로 예방된다. 회사가 추구하는 공동 목표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팀의 목표에 매몰되어 조직끼리의 갈등이 생기는 일이 적다. 이나모리 회장이 말하는 ‘전 직원 경영’은 아메바 구성원 모두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경영을 말하고, 교세라 흑자 경영의 비결이기도 하다. 5-30명의 소규모 조직이기 때문에 유연성, 책임성,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기적인 시간당 채산성 공유로 사업성과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직원들은 합심해 일을 하게 된다. 아메바간, 경영층과의 정기 및 수시 회의는 회사 내 경영상황을 공유하는 기회로 활용된다. 개인별로 1천~2천 엔씩 모아 갖는 비공식‘콤파’ 모임도 소통의 일환이다. 임원이나 간부는 콤파에서 손수 요리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한다.
교토기업의 대부
도쿄 이전에 1200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교도에는 장수기업이 많다. 천 년이 넘은 기업 5곳, 백 년이 넘는 기업은 1100곳이나 된다. ‘나만의 기술, 나만의 상품으로 특징지어진 교도 기업은 외길 경영으로 유명하다. 마치 독일의 히든 챔피언처럼 한 우물을 깊이 파서 교도 시장은 좁으니 글로벌 시장으로 팔러 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교토 기업들 중엔 세계 기업들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기술 거인들이 많다. 겨우 와인잔 반 잔 수량에 1억 원이 넘는 적층 세라믹의 무라타 공업, M&A의 신으로 알려진 소형 모터의 일본전산, 주문형 IC의 글로벌 선두주자 롬, 포켓몬스터의 닌텐도가 그 예이다. ‘가치 없는 재고와 설비는 세금을 물고서라도 상각 한다’, ‘내부유보를 늘려 무차입 경영을 한다’, ‘시간당 채산성을 높인다’로 유명한 교세라 회계학은 이들 교토 기업들에게 회계 교과서로 통한다. 교토 기업들은 현금이 많고 부채가 적다. 창립 직후인 1960년대 세라믹 샘플을 가방에 놓고 미국 IBM의 문을 두드린 이나모리 회장들 후배답게 글로벌 강자들이 많다. 후배 경영자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학 강의, ‘세이와주쿠 (盛和塾)’는 1983년부터 2019년까지 36년간 지속되어 왔다. 일본 국내 56회, 해외 48회 강연과 함께 수강자들의 요청으로 시민 대상 포럼도 59회가 개최되었다. 시민포럼의 인기 강연 주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철학이 교세라 성공의 열쇠였던 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