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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an 02. 2023

KBS(직장) 어린이집과 사설 유치원의 차이

돈 더내고 욕먹는 사설 유치원?

KBS 어린이집

내 직장이 한국방송공사(KBS)인 덕에, 우리 아이는 내가 복직한 15개월부터 7세 4월까지 직장 어린이집에 다녔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재는 집에서 가까운 사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과 사설 유치원의 가장 큰 차이는


1) 가격이다.


직장 어린이집은 한 달에 11일 출석만 채우면 무료다. 그렇게 아이는 약 5년 동안 위 사진과 같은 좋은 시설의 어린이집을 무료로 이용하는 혜택을 누렸다.


반면, 사설 유치원은 돈을 낸다. 영어 유치원만큼은 아니지만 비싸다.

수영, 펜싱, 키즈 댄스, 인라인 스케이트, 국악 등이 주요 시간표인 대신 비싸다. 원복도 사야 한다.



또 다른 극명한 차이는


2) 부모를 대하는 교사들의 태도다.


직장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방송계 종사자인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예능 피디의 자녀들은 거의 여길 다니고 있다.


그만큼 부모들의 자기주장(?)도 강해서인지 선생님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는 생각이 보내는 내내 들었다.


심지어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잘못했어도 본인의 잘못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았다.




사설 유치원은 다르다. 다른 곳은 안 보내봐서 모르겠지만 여긴 다르다.

내가 잘못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걸 두 번 세 번 지적하신다.


일례로, 돌봄 교실 신청 안내 문자를 미리 못 보고 뒤늦게 부랴부랴 신청했다. 사전 공지를 내가 제대로 못 봤으니 잘못한 게 맞다.


같은 상황이었더라면 어린이집은 내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분주했을 것이다. 유치원은 다르다.


"문자를 받은 게 맞으시죠? 저는 여러 번 보내드렸는데 부주의로 못 보신 거죠?"부터 체크하고, 원리원칙대로 왜 추가신청이 안되는지 한참 설명하고 다음부터 이러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신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모드로 가고 나서야 가능여부를 따져주겠다고 하신다.


교육에 관해서도 "어머니 저 잘 가르치지 않았나요, 박수 한 번 주세요!"의 태도다. 이 말은 실제로 아이의 수영 공개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감사의 말이나 칭찬을 드려도, "아닙니다~ 아이가 많이 노력해 줬어요."라는 어린이집과는 달리, "처음에 노답이었던 아이를 이 정도 하게 했는데 정말 저 대단하지 않나요?"를 노골적으로 어필하셔서 오히려 신선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사실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돈을 내고도 서비스를 못 받는 게 사설 유치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너무나도 친절했지만, 아이에 대한 감정노동에 부모에 대한 감정노동까지 더해지는 듯했던 직장 어린이집만 수년 보낸 내 입장에서는 위의 방식이 여전히 생소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인 불친절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고 나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에 대해 어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욕먹기 싫어서 어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일단 받아들이고 후에 도망갈 구멍을 찾는 나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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