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렇게 밝아."
"항상 웃고 있어."
"뭐가 그렇게 좋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히 20대에 많이 들었던 얘기다.
태초에 타고나길 웃을 때 눈이 없어지는 모양이라 더 그렇기도 했을 것 같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이런 말을 들으면,
"아뇨 아뇨, 저 가면성 우울증인데요? 눈만 웃고 있는 건데요?"라고 대꾸를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1도 믿지 않으며 "너 진짜 웃기다."며 빵빵 터졌다.
그럼 나는, "진짠데... 집에선 한 마디도 안 하는데..."라고 들릴 듯 말듯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면성 우울경향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렇다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 그렇다고 체득하고 받아들였다.
윗 사람이 말하는, "기탄없이 얘기하세요" 혹은 "편히 의견들 얘기해 봐요." 라는 말의 진의는,
'웬만하면 사적 의견 얘기하지 말고 내 말에 예의 바르고 긍정적인 표정으로 동의해라.'라는 말로 이해됐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을 때 총명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을 받기가 수월했다.
긍정의 말과 표정을 지어내며 종종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남의 돈을 받는 입장에서 편한 마음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윗사람의 유치한 패턴을 맞추는 게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동생 앞에서,
"그게 너의 월급 값이다, 일할 때 내 집처럼 편안하면 오너 딸이게?"라는 말을 해 버렸다.
심적 고통이 곧 월급값이라는 말은 굉장히 야만적이고 무심한 처사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