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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21. 2022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Children are not little adults.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소아과 의사들의 교과서인 넬슨 소아과학 첫 장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여기서의 의미는 성인과 달리 짧은 시간에 급격한 성장을 겪고 언어조차 덜 발달한 아기의 경우 처치 방법이 성인의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뜻에서 쓰인 문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2.8kg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도 지금 22kg 정도로 약 6년 동안 10배가 넘는 성장을 했다.




몇 년 전 아이가 세네 살쯤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다. 평소 식탐이 워낙 없는 아이인지라 여러 가지 밥 먹이는 방법을 남편과 나름 동원하던 참이었다.

그중 남편 기준 가장 입맛이 도는 방법은 식전 운동 혹은 가벼운 산책이었고, 그걸 바로 아이에게 대입시켰다.


내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를 데리고 집 앞 공원이라도 돌고 온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때가 삼복더위였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일찍 귀가한 남편과 아들.


평소 남편은 평정심이 뛰어난 편인데도 뭔가 당황한 표정이었고, 집에 오자마자 황급히 옷을 벗기더니 시원한 욕조에 아이를 담가두었다.

그러더니 "더위 먹었나 봐. 내가 세 살짜리 애를 어른이랑 같다고 착각했어."라며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금방 컨디션이 돌아왔고, 그 이후로는 남편도 무언가 아이에게 행동을 할 때

"맞다, 어른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라고 되새기며 조심하는 버릇이 한 동안 생겼었다.


어른의 살아온 경험과 기준을 토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이게 참 중요한데, 늘 같이 있고 이제 언어적 소통도 꽤 되다 보니 가끔 '아이'라는 점을 망각할 때가 있다.


가령, 오늘 아침 등원 길에 눈이 온 길을 신나게 걷다가 신발에 눈이 들어갔는지 양말이 젖었다고 하기에 또 그걸로 엄청 혼을 냈다.

'왜 조심성이 없냐는 둥. 발이 얼 텐데 조심했어야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 바보'라는 말까지 굳이 하면서.


평소였으면 "엄마, 바보는 나쁜 말이야."라고 말대꾸라도 했을 텐데, 풀이 죽었는지 대꾸도 못하고 유치원 버스에 탔다.


그리고 나는 온종일 이게 마음에 걸린다. 양말 젖는 게 뭐라고 아이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힘을 실어주지 못했는지. 그게 그렇게 다다다다 쏘아붙일 일이었는지.


소아과 서적의 의도와 다른 해석일 수 있지만, 오늘도 다시금 되뇌려고 한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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