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언제 낳을 거냐고 묻는 당신에게

by 편은지 피디

실제로 오늘 있었던 일이다.

아이와 함께 탄 택시에서 기사아저씨가 뒷자리에 앉은 우리 둘을 힐끔 보더니 대뜸 묻는다.


“아줌마, 딸은 언제 낳을 거예요?”

역대급으로 지저분했던 택시 상태에 예민해져있기도 했고, 대뜸 받은 질문자체가 당황스러워서 오기로 대답했다.


“더 안 낳으려고요.”

그러자 바로 이어서 말씀하신다.


“왜요? 눈물 지으실 텐데?”

눈물짓게 될 거란 극단적인 말에 그냥 대화를 포기하는 마음으로 입을 다물자 이어서 또 말씀하신다.


“아들은 기껏 죽어라 키워 장가보내면 끝이야, 남이고. 딸이 있어야 어디 아파도 날 챙겨주고...$&@&2"




이상하다.

첫째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고 하고,

아들을 낳으면 딸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

딸을 낳으면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 한다.


무엇보다 우리 친정엄마도 가끔 “딸이 하나 있어야 할 텐데...” 이런 말을 하는데,

이유를 물으면 딸이 있으면 이렇게 저렇게 나이 들어도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단다.

(물론 여기서 유일한 그 딸은 나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끔은 아주 만약 둘째를 낳더라도 딸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집안의 유일한 딸로 살면서 행복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많고,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무능하고 불안한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자립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지금도 버거울 때가 많기 때문에,

내가 아끼는 존재에게 ‘딸로서의 삶’을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


엄마한테 너무나 미안한 일일까.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선택한 이동수단인 택시 안에서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