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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17. 2023

"아이돌은 시청률 안 나온다"는 찬물

공익(?)을 위해 만든 살림돌 강다니엘 선공개

올초 KBS의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살림남>의 메인 연출을 맡게 되었다.


센터장님: 젊은 피디가 왔으니 프로그램도 젊어지겠지?



"저도 엄청 막 젊진(?) 않은데요...ㅎㅎ"라는 소심한 말대꾸조차 못하고 국장님 방을 나왔던 기억이 <살림남>이란 프로그램이 나에게 다가온 첫 기억이다.



소중한 인연으로 살림'남'이 아닌 1호 살림돌이 되어준 강다니엘.


사전 미팅도 참 밝고 사랑스럽게 잘해주어서, 미팅하는 순간부터 '선공개 영상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었다.

제작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한 이유는, 불과 몇 년 전 나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본방 편집에 플러스 알파로 선공개 편집을 선배가 시키면 정작 나도 너무 힘들고 싫었기 때문이다.


선공개 제작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일단 본방 편집도 버거운데 과외로 프리뷰하고 편집하고 자막 쓰는 일을 해야 하고, 본방 시청률과 사실 큰 상관도 없으며, 수익이 나는 일도 아니라서 슬프게도 윗분과 아래직원 모두의 호응이 없는 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사실 버려지는 귀한 촬영 원본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나도 팬으로서 긴 시간 살아봤기에, 팬들이 어떤 것에 목마르고 열광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귀찮고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그냥 버릴 수가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라면 계기는 다니엘에게 셀캠을 부탁했는데 너무나도 귀엽고 성의 있게 찍어서 보내준 것이다.

컴백 준비 중이라 바빴을 텐데도 본인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잘 담아주어서, 강다니엘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조건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급히 만들어서 공개했다.

https://youtu.be/ArCl2dok_4k

아이돌 선공개는 살림남에서 처음이지 않을까

"이런 거 백 날 해봐라. 몸만 축나지 득은 없다."

"아이돌 백 날 불러봐라. 시청률 안 나온다. 부질없다."

"살림돌? 의욕과 시도는 좋은데... 큰 기대는 말아라."


'살림돌'을 기획한다고 했을 때, 보통 회사 어른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대부분 맞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TV 예능에서 트로트나 질펀한 중년 부부들의 싸움이나 사생활 공개를 주로 보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눈이 가고 수치로서 증명되기 때문에.


그리고 경험 상 '하던 그대로' 하는 게 제일 쉽다.


안 하던 '살림돌'을 하려니, 선공개도 편집해야 하고 살림돌 인스타 계정도 만들라고 닦달(?) 해야 하고,

이로서 스태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메인피디가 되는 기회를 스스로 날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수치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평소라면 거의 사장(?)되는 것에 가까운 살림남 예고나 선공개에 단 시간에 1000개에 육박하는 팬들의 댓글들이 달리는 걸 보면서

나의 진심이 완전히 엇나가진 않았구나 하고 느낀다.


편집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선 즉각적인 피드백에서 느끼는 보람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느껴서, 실제로 같이 편집했던 20대 FD친구에게도 댓글들을 굳이 찾아서 보여주었다. 편집자로서 보람으로 느꼈을지 또 하나의 업무 부담으로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두의 마음을 얻을 순 없겠지만 예능 피디로서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한 행동이 불특정 다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몇 안 남은 피디 특권 중 하나기에 앞으로도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 같다.


#살림돌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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