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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09. 2023

전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도가 같았으면 좋겠다

적당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도 힘들기에

현재 나는 <살림하는 남자들2>라는 한 개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지만, 출연자는 여러 명이고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또한 <살림남>은 내가 처음부터 기획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이제 고작 약 8개월여간 새 출연자들을 시도해 보며 이끌어 가는 중이다.


보통 첫 만남은 당연히 나의 기대와 호감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촬영을 하고 방송까지 내다보면 내가 선택한 출연자들은 여러 사람들의 관계와 평가에 의해 아래와 같이 파편화된다.


1. 내가 가장 좋아하고 시청률, 협찬 등 성과가 좋은 출연자.(이런 출연자가 프로그램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나는 별로지만 상사나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출연자.

3. 나는 좋아하지만 그 외의 스태프들은 시큰둥한 출연자.

4. 대중들은 좋아하지만 내가 매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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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무한대로 확장+파편화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 중에 1번처럼 객관적으로도 입증되고나도 애정이 가는 출연자를 대할 때는 마음이 가장. 편하다. 그 매력만 잘 살려서 방송을 하면 되니까.


그러나 마음이 가장 힘든 순간은, 내가 유독 애정하고 의욕을 갖는 출연자를 대할 때이다.

일단 촬영 현장부터 신경 쓰는 것은 물론, 편집 원본까지 열어보고 개별 피디들이 미처 보지 못한 매력을 찾아내려고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된다.


사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어도 그렇게 된다.

그리고 최종 분량 결정을 하는 ‘합본’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내가 본모습보다 매력을 충분히 못 보여줄 때 눈물을 머금고 버리면서 한숨을 푹푹 쉬게 된다.

보통 매주 목요일 밤에 합본을 하는데 아마 내 편집실에서 옆 방까지 한숨 소리가 꽤 크게 들렸을 것 같다. 거의 매주 한숨을 쉬고 있으므로.


내 삶을 들어다놨다했던 입봉작에 출연했던 아이콘


뭐든 적당해야 하는데 특히 애정이 과할 경우 삶을 좀 먹을 정도로 힘들어지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입봉 할 때는 더 심했다.


이런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결혼을 추천하는 이유가, 이성관계에서도 극단적으로 몰입하고 좋아할 때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결혼은 그 반대로(?) 극단적인 애정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다.

그래서 나는 목매는 연애보단 결혼을 추천한다.


프로그램도 그냥 우아한 백조처럼, “여러분들 잘하고 있습니다~허허”하면서 관조하며 응원만 하고 싶다.

근데 그게 안 된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애정하는 출연자가 한 팀도 안 나오는 주에는 차라리 좀 편하다.


이럴 때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늘 선배들이 그랬는데, 일희일비는커녕... 일초에 한 번씩 한숨 쉬고 좋아하고 있으니.


입사 10년 차에도 이러고 있다.

절대 자랑이 아닌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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