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싫어한다고 그렇게 강조해서 말했는데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혼술이다.
사람들이랑 마시는 건 대찬성인데 집에서 나 혼자 마시는 건 너무 싫다는 거다. (남편은 심지어 술을 안 마심)
그럴 때마다 혼술의 이유를 "사람들 만나기 싫어서 그래."라고 대충 둘러댔다.
다 내려놓지 못하고 지킬 건 지켜가며 긴장상태에서 마시는 술이 나에겐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져 큰 재미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저녁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고들빼기김치가 상에 올랐다.
보자마자 "고들빼기는 주혁오빠가 진짜 좋아했는데."라고 말했더니 그걸 듣던 신랑이 말했다.
"너는 뭐만 보면 이거 누가 좋아했는데~하고 맨날 말하면서 사람을 싫어하긴 뭘 싫어한다는거야."
사실 <1박2일>이라는 팀에 배정되어 주혁오빠를 알기 전까지는 태어나서 고들빼기김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
<1박2일>에서 [전라도 맛 세븐]이라는 부제로 촬영을 했는데 게임을 하며 각 지역의 맛집을 도는 내용이었다. 내가 다른 출연자와 갔던 곳이 보리굴비와 고들빼기김치가 있었던 곳이었는데, 거길 같이 못간 주혁오빠가 엄청 아쉬웠는지 계속 나한테
"보리굴비 맛있었어? 어땠어? 고들빼기도 나왔어? 고들빼기 진짜 맛있는데... 촬영 끝나고 따로 가서 먹어봐야겠다. 나는 전국에 있는 보리굴비 맛집은 다 가볼 정도거든." 하면서 엄청 물어봐서 나 또한 호기심이 생겼다.
고들빼기가 뭐길래 그렇게 극찬을 하는 건지.
그러다 먹어볼 기회가 생겨서 오빠 생각을 하면서 먹었는데 내가 상상한 감칠맛은 없고 그냥 쓰기만 했다.
잘못 무쳐진 노각무침이 쓴 것처럼 그냥 쓴 맛 이었다.
아마 "그냥 쓰던데요?"라고 하면, "어려서 맛을 모르는구나~"하고 특유의 다정한 말투로 맛 설명을 해줬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스쿨푸드의 오징어 먹물 마리를 보면 1박 시절의 데프콘 오빠가 떠오르고,
꿀 꽈배기를 보면 매일 1봉씩 먹어야 잠이 온다는 내 친구 미희가 떠오른다.
"나는 사람을 싫어해, 얼마나 싫어하면 술자리에서 사람들이랑 얘기하기 싫어서 혼자 먹는다니까."라는 말이 전혀 안 먹히는 순간이었다.
"싫어하긴 뭘 싫어하냐. 세상 사람 중심으로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