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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27. 2023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되고싶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되고싶다 진짜."


오늘 아침 아들이 울먹이며 했던 말이다.


요 며칠 여러모로 뒤숭숭해서 퇴근도 늦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A형 독감에 걸려 며칠 내내 고열로 등교 조차 못했다.


아픈데 엄마가 없으니 당연히 서러웠을테지만, 오늘은 새벽 6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가서 그런지 그 설움이 정점을 찍었나보다.


학교 가기 전부터 엄마랑 학교에 가겠다고 눈물 바람이다. 남편은 엄마 새벽에 들어왔으니까 좀 자게 해주자고 했지만 막무가내. 


"나는 엄마가 좋아. 너무 좋아서 엄마가 되고 싶다 진짜." 하면서 엉엉 운다.


결국 잠옷바람으로 눈도 못뜬 채 같이 등교길에 올랐다.


"오늘은 꼭 일찍 올게. 같이 마트 가자."라고 했지만, 거짓말일거라고 믿지 않길래 몇 번이나 진짜라고 얘기해주었다. 




비몽사몽 결에 들었을 땐 별 생각없었는데, 오후가 되니 아이가 했던 말을 곱씹게 된다. 

누군가가 진짜 좋으면 그 사람이 되고싶은 걸까.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하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 튀어나온 말일텐데, 짠하면서도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잠깐의 부재로 내가 되고 싶을 정도라는 아이와 다르게 나는, 아이와 관련없이 내가 받은 상처들과 억울함에 침잠해있었다.


상처를 기꺼이 받으면서 생각한다. 감히 절대 상처 주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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