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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12. 2024

꼭꼭 씹어 달려서 5일에 -3kg

옆구리 통증의 공포 이겨내기

운동 신경이 둔한 혹은 없는 자들은 달리기에 대한 분명한 공포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학창 시절부터 폼나게 잘 달려본 적이 없다. 

특히 목에서 피맛이 올라오는  '오래 달리기'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은 나에게 선천적으로 유지되는 날씬하고 탄탄한 몸을 내려주지 않았고,

늘 다이어트를 고민해야 하는 몸과 맥주를 좋아하는 식성을 내려주셨다.


신이 내려주신 본능을 따른 결과 2주 전쯤 나는 경악할 만한 몸무게를 받아 들었다.

나름 주 3회 정도 크로스핏을 나가곤 있음에도 말이다. 


그간 크게 동요되지 않았던 다이어트 욕구가 휘몰아쳤고,

매일 크로스핏에 추가로 남편과 새벽 조깅을 시작했다. 


살림남 출연자였던 이천수 선수도 다이어트 한답시고 헬스장 가는 것도 사치고, 들판(?)에서 냅다 뛰는 게 살 빼는 데는 특효라고 했었는데, 그걸 듣고 남 얘기인 양 웃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고 새벽부터 냅다 공원을 달렸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복병은 옆구리 통증이었다. 

글로 쓰기에도 구차하긴 한데 달릴 때마다 옆구리가 칼로 에는 듯한 통증이 오곤 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운동 못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데 뛸 때 옆구리까지 잡고 쩔뚝대면 비주얼로도 진짜 가관이기 때문에 정말 안 그러고 싶어도 늘 오른쪽 옆구리가 문제였다.


낯가림과 수치심을 뚫고 크로스핏 코치들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식사 방금 하고 오셨어요?" 라거나,

"누가 회원님 머리를 위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으로 뛰셔야 해요."라는 문제 해결이 안 되는 답변만 돌아왔다. 


유튜브를 검색해 봐도, 명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고 통증이 시작되면 페이스를 늦추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뛰는 수밖에 없으며 특히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초심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설명으로, 

안 그래도 아픈 내 뼈를 때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늘은 좀 더 일찍 일어나 폼롤러를 꺼내 들고 달리기 전 스트레칭에 돌입했다. 

아킬레스건과 같은 옆구리를 좀 더 신경 써서 풀었고, 평소와 같은 코스를 달렸다. 


위에서 누가 내 머리를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뛰어야 한다는 코치님의 환청과 같은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신경쓰며 뛰었고, 며칠 만에 과제와도 같았던 옆구리 통증 없이 달리기가 마무리되었다.


달리기는 R, 크로스핏은 C로 수행한 날은 체크해두었다.




운동을 무리 없이 잘하는 사람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옆구리 통증의 고통을 느껴본 운동 초심자에게는 앞으로 러닝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지을 정도로 큰 일이었기에 꽤 많이 기뻤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손에 꼽게 기쁜 순간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늘 때도 있지만,

긴 거리를 공포 없이 무탈히 달릴 수 있을 때인 것 같다.


작은 성장에도 유독 박수를 쳐주시고, 정말 긴 코스를 다 완주했냐고 물어봐주시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시는 크로스핏 고수 회원님이 계시다. 오랜 시간 단련된 신체에서 나오는 여유 있는 에너지도 굉장히 보기 좋지만, 나에게도 그 기운을 나누어주시는 것 같아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다이어트로 시작해서 멘털 치유까지 얻어가는 크로스핏과 달리기는 놓지 않아야 할 과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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