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을 이기는 창작원료는 없다.
토요일 9시 15분.
살림남 본방시간이기도 하지만 시청률 24.9%를 기록한 <눈물의 여왕> 등 거대자본이 들어간 막강한 드라마 마 시간대이기도 하다.
비교도 안 되는 저예산으로 살림남은 8주 동안 토요일 전체 1위라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제작비부터 편성까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 한 가지만 꼽자면 '출연자에 대한 애정'이다.
사실 내 직업이 필연적으로 수많은 연예인들과 일하는 예능 PD이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모든 출연자(연예인)들이 좋을 수 없다.
직장인들이 모든 동료와 상사가 좋지 않은 것과 같다.
무례한 출연자들은 기본이고, 늘 불평만 하는 사람들, 남 탓만 하는 사람들부터 지각을 밥 먹듯이 하면서 당당한 사람들까지 여느 회사의 구성원들이 그렇듯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살림남의 출연자들은 기적처럼 이 모든 단점들을 비켜간다.
오히려 주요 출연자인 서진이의 경우 시사 때부터 담당 작가와 스태프들이 "귀엽다"를 연발하며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본다.
실제로 얼마 전 촬영 현장에 갔을 때도 모두가 훈훈한 촬영 분위기에 나까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물론 몸이 고단하긴 하겠지만, 진심으로 박서진이라는 가수가 나로 인해서 더 나은 전성기를 맞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처음에 <불후의 명곡>에서 만났을 때는 조연출 중 한 명이었기에 나의 능력이 모자랐고, 첫 입봉작인 <주접이 풍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많은 팬들이 지지하는 사람임을 알리기 시작했다면 지금 현재 <살림남>을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다.
이렇게 연예대상까지 무탈히 유지해서 마음속에 품고 있을 소중한 상을 하나 받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되는 '서진이 상 받았으면 좋겠다.'
이 마음으로 제작을 하면, 나 또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어제 읽었던 <슬로싱킹>의 글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지야, 네 책 보면 정말 출연자에 대한 애정이 생기니?
타 프로그램 연출인 선배가 <덕후가 브랜드에게> 출간 후 나에게 물어봤던 질문이다.
아마도 출연자가 꽤 속을 썩이는 모양이다. 나 또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너무도 공감했다.
내 답은 "당연하죠! 저는 서진이네가 진짜 좋아요!"였다.
누군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행복하고,
망하길 바라는 마음은 더없이 불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