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연 목표는 두 다리로 서 있는 거야
이틀 전 일요일, 송골매(배철수X구창모)의 40년만 재결합 공연이 있던 날, VIP 대기실에서 배철수 선생님이 나를 보며 하신 말씀이다. 뭔가 이 말씀에 깔깔 웃기도 애매해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자, "칠십 노인이 두 시간 동안 서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지, 뭘 더 욕심내. 기대치를 낮춰."라며 찡끗 웃어 보이 신다. 한 시간 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무려 만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하는 라이브 공연의 주인공 맞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가는 손님들을 특유의 편안한 유머로 맞아주셨다.
그리고 약 한 시간 뒤 본 공연이 시작됐다. 이틀간 2만 명의 관객이 왔다고 하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다. 그리고 배 선생님의 말씀은 죄다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기대치를 낮추라고 강조하시며, 본인을 직접 묘사하시길 '목소리는 괜찮은데 가창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니 내 기준 가장 몰입도 있는 솔로 무대를 보여주셨다. 구창모 선생님은 마지막에 눈물까지 보이시며 여느 대형 아이돌 공연 못지않은 감동의 기승전결을 보여주었다.
#앵콜곡까지 마치고 다시 VIP 대기실.
오시자마자 들뜬 여흥을 즐길 법도 한 데 또 한 말씀하신다.
"이제 연습을 적당히 해서는 안 돼. 이번 휴가 가서도 연습한다고 했는데 안되더라고. 뭘 연습을 하냐, 척하면 척이지 했던 거 다 옛날 말이야.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또 겸양의 거짓말을 하신다.
(안 되긴 뭐가 안돼요 쌤...)
감사하게도 이런 훌륭한 거짓말쟁이 뮤지션들과 연말까지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돌고 돌아 40년 만에 다시 만나셨고, 모두가 아쉬 울테지만 이번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송골매 공연'이라고 하신다. 이건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송골매콘서트기대 #송골매팬모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