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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23. 2022

우리가 아이돌그룹에게 뭘 줄 수 있을까?

연말 공연을 준비 중이다. 다행히 나를 믿고 지원해주는 선배와 일하고 있다. 그래서 섭외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주시고, 필요하다면 직접 섭외에 나서주시기도 한다. 무대에 어울릴 만한 아이돌이 떠올라 선배와 얘기를 나눴다. 화제성 있는 그룹이고 프로듀싱 능력도 되니 출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뜻밖의 질문에 가로막혔다.


근데, 우리가 그들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 어떤 점을 베네핏이라고 하고 섭외해야 할까?)


음... 당장 응대할 말이 없었다.


일단, KBS의 출연료는 타 채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경제적 측면에선 일단 이미 경쟁력이 없다. 

그럼, 영향력 측면은? 옛날 방식으로 TV를 통해 인지도를 올려주겠다는 건데, 이 역시 이미 코어 팬덤이 있는 아이돌들은 자체 콘텐츠로도 충분히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서 드는 비용과 시간이 훨씬 비효율적으로 많이 든다. 이 시간에 해외 투어를 도는 게 모든 면에서 더 이득일 것이다. 


경제적 메리트도 영향력도 없다면 우린 뭘 기대해야 할까. 


실질적 혜택이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본질을 꿰뚫고 욕심 없이 다가오는 진정성 있는 스타를 기다려야 할까. 그런데 더 슬픈 건 그런 스타가 있다고 쳐도, 아마도 그는 대중들이 원하지 않는 스타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배가 "은지야, 걔네한테 우리가 뭘 줄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말문이 10초간 막혔던 것이다. 아, 대답을 하긴 했다.


"음... 안방극장 점령권이요? 아 점령은 아니구나..." 하는 대답.




<주접이 풍년> 녹화 때 나태주 씨가, "팬 여러분께 수억은 못 드려도 추억은 드리겠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우리도 수억은 못 주지만 좋은 추억이라도 주겠다고라도 어필해야 하나. 이런 우리에게 외주 업체들은 "진짜 KBS랑은 일 못하겠네요."라고 쉽게, 자주 얘기한다. 그러나 나는 KBS랑 일 못하겠다고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처지다.


아무것도 줄 수 없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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