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돌의 실시간 콘텐츠를 보게 됐다. 채팅창 비활성화 기능이 있는 줄 모르고 각국의 팬들이 보내는 메시지와 함께 봤다. 그중 원색적인 악플이 눈에 들어왔다. 비방과 함께 팀에서 나가라는 내용이었다. 간담이 서늘했다.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수치스럽고 상처받는 기분이었다. 신생 팬의 과몰입이었을까?
<주접이 풍년> 첫 방송의 주인공은 어게인이라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이끌고 있는 수장 송가인이었다. 팬들의 이름은 물론 성향까지 달달 외우고, 녹화가 끝났음에도 남아서 팬들과 시간을 보낼 정도로 팬들과의 모습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근데 그런 그녀도 외모에 관한 심한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다이어트도 꽤 높은 강도로 하는 것 같았다. 송가인이라는 가수로 인해 모든 병이 낫는다는 팬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정작 본인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안타깝고 일반인인 나로서는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박미선 언니가 말했다.
원래 연예인들은 수만 명이 나를 좋아해도, 날 싫어하는 한 두 명이 신경 쓰이는 거야. 원래 족속 자체가 그래. 어쩔 수 없어
우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스타와 팬을 만나게 해주는 구성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논란이나 악플이 덜한 편이긴 했다. 그럼에도, 메인 연출인 나를 향한 익명의 악플들은 존재했다. "우리 오빠 화면 왜 많이 안 잡아주냐, 빠순이들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 폐지해라, 피디가 주접스럽다" 등등. 내 이름 석자가 거론된 익명의 공격들이 많았다. 그래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며 무관심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넘겼으나, 가슴 한 켠이 냉골이 되는 듯한 씁쓸한 기분과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말로 때리는 건 그런 것이다.
성시경 씨가 유튜브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욕먹으면 진짜 아프고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익명의 사람이 나를 욕하면 그 사람한테 가서 따질 수도 없고, 손절할 수도 없고,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을 수도 없다. 그래서 괴로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누가 됐든 이왕이면 말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를 주는 기분도 썩 유쾌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심지어 오늘은 나도 아닌,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의 악플로 인해 상처가 되는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