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를 하면서 더 확실히 깨달은 점은 내가 '리액션 중독'이라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는 리액션 '관찰' 중독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진행 중인 연예인 출연자의 얼굴 보다 객석의 반응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
그래서 <주접이 풍년> 연출 당시, 하도 고개를 뒤로 돌려 내 뒤에 앉아있는 객석 표정을 보느라 목에 담이 올 정도였다.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웃는지, 혹은 우는지
굳이 무리를 해서라도 보고 싶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피드백이 궁금한 건 당연하겠지만,
나는 피디 중에서도 정도가 제법 심한 것 같다.
이번에 책을 출간하면서 방송에서 책으로 매체만 달라졌을 뿐, 나는 리뷰를 보는 재미(?)로 출간 이후를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책 쓰는 나를 지켜보셨나?'싶을 정도로 내 행동과 마음을 꿰뚫은 리뷰가 있다.
바로 아래의 리뷰다.
'덕후 마음 못 읽는 기획자, 마케터들이 답답해서' 만들었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사실 이 마음도 있었고, 팬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컸다.
놀랐던 건 위의 리뷰인데, 들뜬 내 마음이 느껴졌다는 게 참 신기했다.
사실 이 책은 단숨에 써 내려갔을 정도로 글 중에서도 금세 쓴 글이다.
대충 써서가 아니라 30여 년 간 머리와 가슴에 늘 품고 있었던 생각으로 만든 문장들이기에,
집필했다기보다 그대로 타이핑하듯 지면에 옮겨 적었다고 해도 무방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출판사 대표님이 혹자가 내가 글을 대충 썼거나 성의 없이 썼다고 오해할 것을 걱정해서인지, 절대 빠른 시일 내에 쓴 책임을 얘기하지 않기를 바라셨다. 그런데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옮겨 쓴 첫 책 앞에 거짓말을 하기가 또 성격상 불편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이렇게 글을 또 쓰게 되었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내 마음에 오래 남을 리뷰일 것 같아서,
글쓴이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고 일부를 가져왔다. 전문 출처는 아래에 남겨두었다.
글 쓸 힘을 주는 소중한 리뷰 정말 감사합니다:)
리뷰 출처: https://naver.me/55rI1z9w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