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부디 낡음이 아니길
내가 연출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평가하기는 마음 아프지만,
<살림남>은 조연출 피디 후배들에게는 오고 싶은 프로그램은 아니다.
더 솔직하게는 어린연차의 피디들이 정말 가기 싫어하는 상위 기피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그래서 비슷한 업무강도의 다른 예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의 인력으로 운영되지만,
매번 업무 지원을 받을 때 오고 싶다고 손든 후배가 없다는 소식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후배들이 살림남에 오기 싫은 이유는 다양하다.
출연진들이 젊은 세대들이 열광할 만한 아이돌이나 핫한 배우가 아니고, 내용 또한 기존에는 고부갈등 등 올드한 내용이 주를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살림남>을 넘겨받고 나서 강다니엘, 엑소 등을 내세운 <살림돌(살림하는 아이돌)>을 내세웠을 때, 후배들이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다행히 2049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컴백 일정 등에 맞춰서 앞으로도 또 구성해 볼 생각이다.
또 과거에는 <살림남> 자체가 연령대가 높은 시청층이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출연자들의 나이자체가 높았고 꼭 양가 부모님과 자녀가 있는 기혼 출연자가 주였다.
예전 기준에 따르면 지금 살림남을 빛내고 있는 박서진, 이민우, 이태곤은 물론 엠씨 은지원 씨도 적합하지 않은 출연자인 것이다.
사실 이 출연자들을 섭외한다고 했을 때 따뜻한 응원만 받은 건 아니었다.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비난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살림남에서 표방하는 가족 간의 사랑이나 일상을 꾸려나가는 살림하는 모습은 놓치지 않으려고 제작진 모두 고군분투했다.
이런 노력으로 나도 이제 고작 1년 넘게 맡고 있을 뿐이지만, <살림남>이라는 프로그램이 6년 이상을 크게 고꾸라지지 않고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연출처럼 책 출간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잠깐의 이슈라도 받기 어려운 출판이지만,
살림남처럼 믿고 볼 수 있는 긴 시간 사랑받는 책을 쓰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출간 2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3쇄를 찍고 두 자리 순위를 지켜주고 있는 나의 첫 책과 독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예정이지만,
누군가는 올드하고 낡아서 지겹고 싫다고 돌아설 수 있을지 몰라도
올드함만 바라보며 한숨쉬기 보다는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저력의 이유를 찾아서,
꾸준히 쓰고 또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연출방향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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