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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으로 성장하는 삶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_이슬아 지음

by 편은지 피디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시샘하는 기분은 영 개운치 않다.

아니 개운치 않은 걸 넘어서 몹시 불쾌하다.


오죽하면 부러워서 '배가 아플 정도'라는 비유가 있겠는가.


실제로 복통에 배를 잡고 구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에 대한 불안과 불만에 기름을 붓고,

스스로의 한계를 바라보는 시야의 선명도를 올려가며 스스로 학대하기에 이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과거의 나는 툭하면 시샘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예쁜 친구도 샘내고,

나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도 샘내고,

사이좋은 부모를 가진 누군가도 샘내고,

훈남 남자친구를 가진 누군가도 샘내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샘내고 또 샘냈다.


정도 심할 때는 몸이 아프기도 했다.

샘낼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심술 비슷한 샘이 나기도 했다.


이를테면 나는 면접 10곳에 붙어놓고, 절친이 겨우 한 군데 붙었다는 소식에도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나 못난 마음인가.


이 마음이 바뀐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진심으로 남의 행복을 즐거워하는 이를 곁에 두고 나서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본인 형편도 펴지 못했으면서 남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건 위선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을 따사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그것 조차 나에게는 시샘과 볼멘소리를 내는 대상이었다. 과거의 내가 진심으로 불쌍하다.


시샘이 최악인 건, 내가 가진 잘난 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남몰래 세상의 모두를 샘내는 동안

당시 싸이월드 방명록에 비밀글로 내 글이 탐나 전체를 필사한다는 아는 지인의 글이 있었다.


지금이었더라면 엄청난 영광이었을 텐데, 그때는 사실 온전히 기뻐하지 못했다.

또 다른 시샘 대상을 찾기에 이미 마음이 바빴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샘냈던 10대, 20대의 감정을 이슬아 작가의 신작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는 책에서 느꼈다.


이슬아 작가의 책을 많이 봤지만, 대부분 감성적인 산문이었기에 뭔가 이슬아 작가 답지 않은 실용서 느낌이 물씬 나는 [이메일 작성법]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동명이인의 작가일리는 없는데,

이제 호젓하게 풍류를 즐기던 그녀가 출판 불황에 못 이겨 철두철미한 실용주의로 전향한 걸까? 별의별 잡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어느새 책이 손에 있었고, 표지에 사진을 보며 내가 알던 이슬아 작가가 맞구나 하며 책을 펼치고 난 뒤 끝나는 게 아깝다고 느끼며 읽었다.


책은 매일 읽지만 이조차 오랜 애독가의 허세인지 마음에 남는 책은 몇 안되기 때문이다.


목차만 봐도 대강 어떨지 감히 감이 온다고 믿는... 지경에 이른 책덕후의 심드렁해진 심장을 이 책은 다시 뛰게 만들었다.


또 시샘하게 만들었다.


재미와 실용은 물과 기름이라고 느꼈거늘 그 어려운 것을 이 책은 해내고 말았다.


현재 두 번째 책의 원고를 고치고 있는 나에게 자괴감과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책 덕후인 나는 신나게 독서할 수 있는 책이 주어진 게 더욱 신나긴 한다.


누군가에게 내 글도 그렇게 되길 바라며,

다시 원고를 부지런히 쓰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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