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인생 첫 책 <덕후가 브랜드에게>를 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는 두 번째가 될 내 책의 원고를 지난주에 넘겼다.
사실 긴 시간동안 책에 의지하며 사랑하면서도
내가 책의 저자가 될 거라는 상상은 감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목표나 꿈으로 표현되는 것들이 어느새 허탈할 정도로 자연스레 이루어지듯,
첫 번째 책 출간도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이루어졌다.
나에 대해 흥미를 보여준 출판사 대표님 덕이었다.
그리고 책을 출간하면서 나는 주제가 주어지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탈고가 가능한 인간(?)임을 깨달았다.
주변에서 1년에 책을 열 권도 낼 수 있겠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건 오만이었다.
그래도 1년이 넘어가기 전에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이번 책은 ‘사람 기획’에 관한 얘기다.
나는 내가 좋든 싫든 사람에게 굉장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20대에는 사람 독에 취해 사는 것 같다는 지적 아닌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심을 끄려 해도 옆 테이블의 대화가 궁금하고, 그들이 다투는 이유와 그 결과가 궁금하다.
쉽게말해 본능적으로 엿듣는데 능한 사람이다.
엿듣는 것도 그렇고 몰래 관찰하는 습관도 몸에 밴 사람이었다.
내가 연출한 프로그램에게 출연하는 사람들도
보통 엿듣고 몰래 관찰한 뒤 발견한 매력을 근간으로 섭외한 이들이다.
가끔은 거시적인 것에 대한 관심보다 인간 개개인의 양상, 때로는 tmi와 같은 것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도 느껴졌지만, 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귀한 능력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의 상당수가 ‘사람 관계‘ 즉 결국은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람 기획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는 물론
그게 사업이든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는 기획자로 서기 위해 필요한 필수 능력이라는 것을
책의 뼈대를 세우며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부재했을 때 겪었을 이름모를 타인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쓰며 궁극적 목표인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쓰게 될 거라는 흥분과 희망이 일기도 했다.
책을 한 권 내봤을 뿐이지만,
비단 판매량보다는 정말 독자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인생을 곱씹어 봤을 때 가장 벅찼던 순간은 중, 고등학생들 과외를 했을 때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진심과 노력을 다했을 때 변화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공허했던 눈빛을 보냈던 아이들의 눈빛이 변하며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를 향해 같이 토닥이며 나아가고 끝내 목표를 이루었던 쾌감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내 두 번째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계기가 되거나
누군가가 인간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조금이나마 머리를 식히는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