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뤄지면 그 모든 게 당연하다 할지라도
불과 일주일 전.
한 해를 마무리하는 KBS 연예대상에서 내가 연출 중인 살림남이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물론 그전에 우리 출연자들의 기쁜 수상 소식들도 있었다.
그러나 최고의 프로그램 상이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살림남>이라는 약 7년의 장수프로그램으로서도 처음이고, 우리 출연자들에게도 제작진들에게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대표로 수상소감을 내가 얘기했지만 우리 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사스러운 순간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예능 피디에 지원할 때부터 상상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자기소개서 질문이 이 것과 관련되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피디 지망생이었던 당시에는 절대 닿을 수 없는,
만약 닿게 된다고 하더라도 비현실적일 것만 같았던 신기루 같은 일이었고
그 일은 입사 10년이 지나 정말 현실로 이루어졌다.
나만큼이나, 아니 더 놀란 중계 카메라에 잡힌 출연자들의 얼굴에 더욱 뭉클해졌다.
우리 프로그램명이 호명되자마자 최소 10년 이상부터 약 30년 간의 방송 구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든 눈코입이 확장하는 것을 보며 진심을 느꼈다.
실제로 무대에 올라가면서부터 다들 손을 떨 정도로 놀랐고,
특히 서진은 우리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이 될 줄 알았기에 더 놀랐다고 했고,
각종 굵직한 예능으로 대상도 여러 번 받았던 지원오빠도 받았던 상 중에 “이게 최고다!”, “피디님이 상 받아야지!”라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내내 연신 기뻐했고,
우리 팀 최고 어르신은 상렬 오라버니도 순간적으로 놀라서 두통이 다 왔다며 회식까지 두통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생방송 소감 발표가 처음인 나를 위해 설 자리 등을 세심하게 챙겨 준 모습들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늦은 새벽까지 피곤했지만 서로 축하와 격려를 보냈던 밤, 그리고 눈물을 보인 제작진들의 모습까지.
피디 개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으로 남았다.
우리 팀 전체가 받는 상이기에 고된 일을 하는 모두에게 적잖은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상상을 수백 번 했지만, 그 모든 게 이뤄지고 나면 덤덤하고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루어진 꿈이 무가치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간절히, 또 구체적으로 장시간 상상했기에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충격도가 덜할 뿐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뜨끈한 감동과 온기는 연말 이후로도 지속될 것 같다.
무엇보다 늘 노력에 비해 큰 인정과 격려보다는 조금은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았던 우리 프로그램이
조금은 따뜻한 양지의 빛을 받은 것 같아 그게 가장 기뻤다.
큰 응원 보내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편은지 피디 드림
https://youtu.be/LRRUYCweQUw?si=QkyiissnhDYCow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