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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May 31. 2023

이력서를 두 곳에 발송하였습니다

나도 글 잘 쓰고 싶다. 근데 방송도 잘하고 싶다.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은 무조건 글쓰기"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타협을 보게 되었지만. 코로나 발발 이후 이상하게도 일이 끊기지 않았던 나는, 코로나가 시들해지자 일이 뚝 끊겼다. 이건 자의적인 것도 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일을 하자했다면 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타의적인 것도 없지 않다. 그렇게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백수'가 되었는데, 2월까지는 학창 시절 갖는 방학기간이라 생각하였고, 3월에는 기획하던 프로그램의 론칭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었고, 4월은 '만약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고, 다양한 취미들을 만들며 지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또한 이번에 새로이 갖게 된 취미 중 하나였다.


내게 '글'이라는 건 참으로 이상하게, 업으로 삼으면 그 쉬운 '일기'도 쓰기 싫어지는데, 쉬는 시간이 쥐어지면 '블로그' '인스타' '트위터' 등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싶어 지게 만든다. 특히 키보드로 만들어내는 '글'은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상견니 때문에 중국어 배우는 취미 생김


"하.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 오면 어떻게 하지. 생각만 해도 벌써 가기 싫다."


하반기에 론칭되어야 할 프로그램 제작이 시작되는 4월 말-5월 초, 이력서를 제출할만한 자리들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고 2곳에 이력서를 보내었다. 한 곳은 연애 프로그램, 나머지 하나는 베일에 쌓여있는 분야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프로. 두 프로그램 모두 면접을 가지 못하고 광탈하거나, 면접을 보고 난 뒤 출근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출근을 결정하고 난 뒤, 친한 선배들이 혹은 피디들이 잘 지내냐며 내가 꿈꿔왔던 자리 소개를 해올수도 있겠지만, 만약이라는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   


이 바닥에서 10년이 넘게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이력서' 그리고 '면접'이라는 건 긴장되는 일이다. 사실 '긴장'보다는 일을 하기 싫은 '귀찮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그램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인맥을 만들어 보고자 그간 함께해 왔던 사람들 대신, 내가 직접 발품을 뛰어 '이력서'를 제출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다녔던 지난날들이 편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 받아서 먹음

이력서만 보내놨을 뿐인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것만 같아 '내가 이렇게 상상력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분명 내 사주에는 역마살이 없을 것 같은데, 이 일을 하겠다고 짧으면 3개월, 길면 3년마다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게 나랑 잘 맞나?하는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게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이 글 또한 그 떨림을 반으로 나누기 위해, 차분해지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다. 내 성격상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호들갑 떨며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백수 생활 4개월 만에 구직을 시작했다는 이 사실을 조용히 당신들에게만 알려본다.


이 글은 아마 내가 다시 일을 하고 있을 때, 그것도 바쁘고 짜증 나서 백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건 현실이 된다)




"쓰고 싶은 것만 쓰는 작가가 되려면 

그리고 그걸로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쓰고, 보고, 쓰고, 보고, 쓰고"


"생각보다 너무 어렵네"


"....?"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지금 이력서를 보낸 곳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TV 방송보다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스타일의 콘텐츠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건 내게 매우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데, 덕분에 5월 한 달은 이 일에 적응하는데 나의 모든 체력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입술도 부르텄고, PT도 못 나갔다(?)


사실 그동안 해왔던 일보다는 널널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분명 브런치를 일주일에 2번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일을 시작했다는 핑계로 1번으로 줄인 건 나의 게으름이 8할을 차지할 것이고, '글'이 다시 업이 되어버려 평소에는 쓰기 싫어진 이유가 나머지 일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 글보다는 남의 글을 보는 게 더 흥미롭다. 그렇게 나는 '내 <글> 쓰기'는 게을리하는 와중에 '내가 쓰는 <글>로만 먹고사는 꿈'을 꾸고 있다.


2023 공백기가 내게 깨닫게 해 준 것은,

사람은 꿈을 꾸어야 한다는 것.


솔직히 아무런 목표도 없이, 그냥 되는대로 살았던 날들이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 정말 어떻게든 해결되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가만히 있어도 한 달 안에 일자리 소개가 들어왔다던가, 가만히 있어도 나 좋다는 사람이 생긴다던가(!!)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서거나, 적극적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만히 있으면 나이만 먹지, 멋진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니까. 결국 발전하기 위해서는 꿈,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비록 이력서 2통에 대한 피드백은 오지 않았으나, 새로운 곳에서 길이 열린 것처럼. 또 다른 무언가를 꿈꾸고 도전하는 6월이 되길. 아, 브런치도 꾸준히 하고.


오늘은 수요일이지만

5월의 마지막 날이니까 부지런하게 글 써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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