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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time May 21. 2023

좋아하는 선배에게 청첩장을 받았다

일과 thㅏ랑, 그리고 결혼

작가 인생 처음으로 청첩장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모바일' 청첩장은 많이 받아봤지만, 만나서 밥 한 끼를 하며,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받는 '실물' 청첩장 처음이었다.


"봄아 나 결혼해"


나의 허우적거리던 막내 시절부터 보아왔던 (물론 지금도 헛발질 많이 하면서 살지만) 선배의 결혼소식을 듣게 된 날, 오래간만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락을 자주 한다거나, 얼굴을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내게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인연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해도 어색하지 않았던 선배가 결혼을 한다니.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그와 밥&술을 한번 마셨던 적도 있던 터라 '어쩌면' 결혼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언니 축하드려요! 날짜는 잡았어요?"


결혼으로 인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보다는, 일차적으로 무조건 축하를 건내야 한다는 입력 값은 그동안의 인생 경험을 통해 쌓은, 사회성을 발휘해 내뱉은 질문이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5월의 신부'. 5월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선배는 만나서 청첩장을 주고 싶다 말하였고, 덕분에 선배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었던 후배도 함께.




"아 잠깐만요. 오랜만에 만나서 쪼콤 어색하네요"


사람을 만나면 상대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인 나였으나, '결혼'이라는 주제가 있어서인지 그 시간은 빠르게 단축되었다. 사실 내 인생에서 '결혼'은 관심 없는 분야에 속하는 분야인데, 그럼에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라는 버프를 받아서인지 그녀들과의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연애 7년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신혼집은 어디에 어떻게 구했는가, 결혼 날짜는 언제 잡았는지, 스드메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 '결혼' 한 단어로 파생되는 수십 가지 토크거리 덕분에 대화의 쉴 틈이 없었다. 선배의 결혼 축하 자리였으나, 함께한 후배 녀석도 내년에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자연스레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의 눈은 슬슬 동태 눈이 되어가고 있었다.


"봄아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해"


나의 지루함을 눈치챈 두 사람이 솔로인 나의 연애를 걱정하는 것으로 우리의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청첩장과 맛난 음식


"작가님은 언제 결혼하실 거예요?"
"결혼, 해야 하나요?"


언젠가 친한 PD와 함께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함께 해왔던 작가들의 결혼 유무가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고, 나 또한 그의 말에 '디토'를 외쳤다.


단편적인 예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집에 들어가야 하는 통금 시간이 없기에, 야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거나. 자녀가 있는 기혼자는 어린이날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빨간 날이기에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것들이었다. 물론 이것들이 결혼 때문이 아닌, 성격으로 오는 차이도 있겠지만.


"작가님은 결혼해도 것 같은데"


종종 나는 집에 와서도 노트북을 놓지 못하는, 일에 대한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는 결혼을 함으로써 시간의 분배를 새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집에서도 받고 싶지 않았기에 '결혼'을 '굳이'라는 쪽으로 미뤄두었지만 말이다.

방어와 결혼


돌아보면 선배와 나는 그렇게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편이 아니었다. 굳이 스몰토크를 하지 않고 본론으로 넘어가도, 불쾌하지 않았고 되려 심플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나는 선배와의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 때문에 언젠가 다시 함께 프로그램에서 만나 예전처럼 일 할 날을 상상해 본다. "막내였던, 서브였던 내가 이만큼 컸다고 선배를 닮아가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다"는 고백을 할 수 있도록.


결혼식이 일주일 남은 지금,

나는 오랜만에 누군가의 안녕을 빌어본다.

무조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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