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에 기반한 공간 디자인
안녕하세요. 비타민입니다:)
오늘 처음으로 '인간적인 공간을 생각하다'라는 매거진에 글을 쓰게 되어서 떨리면서도 설레는데요.
앞으로 다양한 공간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끄적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공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나요?
누군가는 자신만의 방이 떠오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추억 속의 공간이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조금 특이하게 '아늑함'이라는 감정과 '북적대는 사람들'이 연상되는데요.
각자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억들과 감정들 그리고 그림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제부터 리뷰할 공간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글로벌 뷰티를 지향하는 기업의 신사옥입니다.
굳이 이 기업의 신사옥을 주제로 삼은 것은 무심코 지나쳤던 스팟이었지만, 제 눈에 확 띠었던 공간이어서 인데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여러 곳을 보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하나의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소개팅을 하는 상황인데요.
여러분이 소개팅을 할 때 상대를 판단함에 있어서 맨 처음으로 작용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첫 인상
사람도 첫 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함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좌우하듯, 공간도 그 외관이 그 공간을 판단함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좌우합니다.
따라서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공간 내부에 들어가기 전, 공간의 외관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외관을 디자인할 여력이 없는 빌딩의 경우에는 입구라도 올바르게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디자인의 정의를 조금 확장해보기를 원하는데요.
기존의 디자인이 '미(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현대에 디자인의 정의는 '경험'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경험을 유발하는 디자인
사실 경험을 유발한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Inspire'입니다.
일정한 경험을 만들어주고(make) 주입(insert)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은 하나의 틀(frame)일 뿐, 사용자로 하여금 그 안에서 자유로이 경험을 향유하도록 유발하는 장치인 것이죠.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구체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쨋든 간에 경험을 유발하는 디자인을 통해 공간에서 사용자는 다양하고 확장된 경험을 누릴 수가 있는데요.
신사옥의 외관은 이러한 경험을 향유할 도입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흐릿한 날씨였음에도 아름다운 건물 때문인지 눈길이 안갈래야 안갈 수가 없었는데요.
건물 외관은 '아시안 뷰티'를 선도하는 기업인 만큼 '백자 달항아리'라는 문화재를 본떠 그 형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6-7개 층의 공간을 비운 'ㄷ'형의 구조를 통해서 자연광이 비취도록 했는데요.
이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창의성'중심의 업무환경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사실 노후 건물이 여전히 많은 용산역 주변에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이질감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의식해 지상 22층, 지하 7층 규모의 신사옥은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넓고 낮게 지어졌는데요.
여기에는 “다른 건물들과 어울리도록 너무 크지 않았으면 한다”는 서경배 회장의 생각이 반영되었습니다.(출처 : Forbes)
이러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첫 인상이 주는 느낌은 '세련미, 황홀함'인 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빛으로 쏟아질 것 같은 건물의 외관과 은색으로 덧칠해진 깔끔한 색감으로 마치 '환상의 나라' 에 온 느낌을 줍니다.
또 적당한 높이가 주변 건물과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디자인 되어서인지 용산의 여타 건물들과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신사옥의 내부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내부를 보여준 사진을 맨 처음 본 느낌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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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회사'라는 느낌을 전혀 못받았습니다.
무언가 '박물관'이나 '쇼핑몰'과 같은 느낌을 받았죠.
사실 이것이 아모레퍼시픽이 의도한 바입니다.
자신의 브랜드가 자사에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과 소통하고 연결되는 환경에서 나온다는 것을 반영한 것인데요.
따라서 사용자의 반응과 만족감이 크게 작용하는 뷰티브랜드의 특성을 반영하여 사옥의 구조도 고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위의 캪쳐본은 인스타그램에서 #아모레퍼시픽신사옥과 #삼성사옥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양한 tail들입니다.
무언가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보여드린 것은 그래도 인스타그램이 사용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둘의 차이점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명확한데요.
우선 해시태그 수부터 11.7천개 vs 370개로 #아모레퍼시픽신사옥이 크게 압도합니다.
기업의 규모로나 가치적인 측면에서 삼성그룹이 크게 압도함에도 불구하고 사옥을 활용해 사용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또 #삼성사옥의 경우 사옥에서 '진행되는 event나 건물 외관'에 해시태그가 집중되었다면, #아모레퍼시픽신사옥의 경우는 '사용자들이 공간 내부에서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루는데요.
확연이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즉,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은 회사에 방문하는 느낌이 아닌 '힐링과 휴식'의 공간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네요.
그리고 전체적인 배열뿐 아니라 사옥의 일관된 색감의 유지, 공간 배열적인 부분이 공간의 내부 디자인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데요.
먼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외관은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내부는 이를 구체화시켜 '연결 중심적인 공간'을 자아냈습니다.
먼저 '색감'의 부분에서 보면, 외관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기조를 풍기고 있습니다.
은색계열의 색감을 유지함으로써 세련미와 모던미 그리고 황홀감을 자아내고 있죠.
외관의 느낌을 계속 지속적으로 이어주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공간배열적인 부분인데요.
다음 섹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공간배열에는 다양한 이론과 사례가 있지만, 여기서는 특정한 사물배열이 아닌 브랜드를 기반으로 공간배열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뷰티 브랜드인 만큼 대표적으로 다양한 화장품과 tea 브랜드인 오셜록, 향수, 메디컬 뷰티 등의 브랜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안 뷰티의 가치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위와 같은 미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생성하고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그리고 신사옥은 이러한 미션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all-in-one의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사옥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계열사가 한 건물에서 일하고 있어서 창의적 시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낼 수 있고,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브랜드들과 아모레퍼시픽을 보다 뜻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우선 기업 구조적으로 다양한 계열사가 따로 독립된 공간을 갖는 것보다 하나의 공간 안에서 창의성과 사내연결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현대 비즈니스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인데요.
예를 들어, 향수만 만드는 기업이 쭉 향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만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것보다는 화장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더해 비즈니스를 이어나가는 것이 사용자로 하여금 더 풍성하고 복합적인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부분은 추후 포스팅에서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신사옥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공간들이 있다고 앞서 이야기 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오셜록, 아모레퍼시픽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기록관, 전시도록 라이브러리, 어린이집,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공간 배열이 연결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디자인'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디자인을 '경험을 inspire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렸는데요.
공간 배열도 하나의 디자인으로 보았을 때, 공간 배열도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inspire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시를 들면, 오셜록, 아모레퍼시픽 스토어, 아모레퍼시픽 기록관, 전시도록 라이브러리, 어린이집, 화장실은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으로 사용자로 하여금 한정된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브랜드와 공간들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core value와 비전을 실물화시키며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가치를 드높이죠.
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5가지 핵심가치입니다.
하나하나 공간과 연관해서 설명드릴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직접 분석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기는데요.
경험을 inspire하는 것과 '연결'과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걸까요?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시작하려면 다음 세션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제부터 하이라이트이니, 주목해주세요:)
먼저 '연결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문구부터 쉽게 이야기해볼 필요성이 있어보이는데요.
디자인은 경험을 inspire하는 것이고, 이러한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연결'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의 공갸을 통해 쉽게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의 6가지 공간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공간은 제 생각에 '화장실'인데요.
사실 6가지 공간과 브랜드를 선별하면서 가장 애정하는 부분은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오해 마세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사진촬영에 임했답니다.ㅎ
화장실을 가장 인상깊은 공간으로 꼽은 것은 '더러움'이 연상되는 화장실의 이미지를 '자신을 치장하고 싶은 공간'으로 변모시켰기 때문입니다.
화장대와 같은 세면대, 센스있는 소변기 디자인(여자화장실은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이 어우러져 스스로가 더욱 빛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죠.
이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색다른 경험을 창조할 것이고, 아모레퍼시픽의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에 기여할 것입니다.
근데 여기서 한 층 더 들어가면, 6개의 공간에서 이러한 inspiration이 일어나면 각기 경험이 기억 속에 덧붙혀지고 합쳐져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화장실을 나온 사람이 오셜록에 가고 그 다음 전시도록 라이브러리에 가는 하나의 과정이 다양한 경험을 연결시키는 것이죠.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브랜드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연결'을 2종류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2가지로만 생각해보겠습니다.
공간과 사람의 연결이란 말 그대로 공간의 다양한 요소들과 그 안의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연결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공간의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사람들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뒤에 나올 다른 연결의 양상의 기반이 됩니다.
공간 디자인에 무슨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냐 싶으신 분들이 그렇지 않으신 분들보다 훨씬 많을꺼라고 생각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공간을 통해 얻은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기억 속에 축적되고 또 축적됩니다.
우리는 혼자 이 세상에 살지 않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잠재된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왜냐면 우리의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동질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나만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해서도 그렇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facebook과 instagram에 자신의 기억들과 기록을 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을 주제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네트워크 안의 구성원이며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네트워크와 구성원들을 위한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우주, 은하계 그리고 지구의 관계와 같다고나 할까요?
누군가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서 황홀한 기억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누군가는 소확행을 기억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아시안 뷰티를 체험했겠죠.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사람들과 사람들을 연결시켜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거대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봅시다.
디자인의 개념으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는 디자인의 개념을 '경험을 inspire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만들고 유발시키는 디자인은 너무나도 중요하죠. 무조건적으로 중요합니다.
여기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간의 외관에서부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과정까지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마음가짐(mindsetting)'일 줄로 믿습니다.
다양한 이론과 모델을 숙지하더라도 우리의 마음가짐이 '연결 중심적'이어야 합니다.
공간의 한 부분을 기획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듦에도 "이 부분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어떠한 경험을 inspire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기에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드는데 그치게 되죠.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디자인은 '모두의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초기 기획이야 어쩔 수 없을 수도 있지만, 그 디자인을 2차, 3차로 수정하는 과정에서는 사용자 관점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묻고 계획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디자인을 향유하는 사용자들과 무관한 결과물이 나오게 됩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주는 공간'
이것이 이번 글을 마무리짓는 저 만의 comment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여운이 남으시나요?
좋은 공간을 다시 생각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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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비타민
커뮤니티, 공간 디자인을 연결성에 기반해서 고민하고 있으며 소셜 임펙트에 다시 관심이 생기는 중이다.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글쓰고 책보기를 즐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