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액트 오브 킬링> 다큐멘터리 영화 리뷰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성향은 무엇일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아니 친구 관계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끝없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임을 회피하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이런 사람들을 '역겹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역겨운’ 사람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해왔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이유로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혹은 기득권층의 비호 아래, 청산 대상자들은 되레 권력을 쥐고 과거를 부정하거나 정당화해왔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와 진실이 그들의 운신의 폭을 줄이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액트 오브 킬링> 을 보고 나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그나마 과거사 청산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위안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그 과거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눈앞에 증거를 들이밀어도 “정당한 일이었다”며 강변하고, 더 나아가 그날의 학살을 재연하며 웃고 떠든다.
잔혹한 기억을 무용담 삼아 회상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얼굴을 한 악마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액트 오브 킬링> 은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 쿠데타 당시,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진 학살을 다룬다.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살해되었고, 이 영화는 그 주동자들을 찾아가 스스로 그때의 장면을 재현하게 만든다.
관객은 그 재연을 지켜보는 목격자가 된다.
이 불편하고도 잔혹한 체험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우리를 윤리적 침묵의 공범으로 만드는 일종의 증언이다.
이 영화가 무엇보다 충격적인 이유는 학살의 기록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전개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피해자나 제3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조명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가해자의 시선만을 따른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은커녕, 죄책감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반응이 가능할까?
전쟁 중 적을 죽인 군인조차도 PTSD를 겪는다. 사람을 해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들은 명령자가 아니라,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 자들이다. 그런데도 떳떳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학살을 정당화했고, 이들은 애국자라는 이름으로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세계는 ‘레드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공산주의자는 ‘국가의 적’이었고, 숙청 대상이었다.
무고한 시민들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반국가적 존재로 몰렸고, 그렇게 학살은 정당화되었다.
가해자들은 ‘조국을 지킨 영웅’이라는 왜곡된 인식 아래,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100만 명 중에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을까? 정말 모두가 간첩이었을까?
이 질문은 단지 인도네시아만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국가 폭력은 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권력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고, 기억을 선택하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운다.
결국 이 영화는 한 나라의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거울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단지 인도네시아의 대학살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국가 폭력, 권력에 의한 기억 왜곡, 그리고 침묵하는 사회의 공범성을 고발한다.
괴물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그들을 괴물 아닌 ‘정상’으로 받아들일 때, 학살은 제도화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묻는다. 지금, 당신의 역사는 누가 쓰고 있는가?
# 맺으며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정말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나는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늘 약자들의 삶에 집중해왔다.
그들의 고통과 싸움을 조명하며,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랐다.
많은 감독들도 마찬가지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액트 오브 킬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약자의 시선이 아닌, 가해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그 잔혹한 웃음과 자기 미화 속에서, 오히려 나는 피해자의 절규와 고통을 더 깊이 체감했다.
이토록 노골적으로 가해자를 조명하면서, 그들의 추악함을 세상에 폭로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매 장면마다 약자들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감정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잔혹한 자랑질을 들으며, 나는 마음 깊숙이 찢어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감히 말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영화, 이런 감정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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