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리뷰 및 단평 그리고 해석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곤 한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래서 왜 외계인인건데?'
상징을 모아놓은 예술영화이기에,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해석하기 매우 난해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언더 더 스킨> 을 관람한 후에 머리가 아픈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부족히지만 해석을 남겨본다.
명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유명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 더 스킨> 을 리뷰해보려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외계인 영화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우주전쟁>이나 <에이리언>처럼 인간 세상을 파괴하려는 공격적인 외계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미지와의 조우>처럼 인간과 외계인의 화합을 그린 따뜻한 서사도 있다.
혹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처럼 인간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묘사하는 작품도 있다.
이러한 수많은 외계인 영화 속에서 <언더 더 스킨>은 다소 이질적인 방향을 택한다.
외계인이 인간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은 거의 없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참신했고, 그래서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껍데기를 소비하는 사회
영화는 사회가 껍데기만 소비하고 알맹이는 보지 않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외계인의 시선을 통해 날카롭게 조명한다.
섹슈얼한 외형만을 탐닉하는 인간들, 그들은 결국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보지 못한 채 같은 껍데기들 속에 갇혀 고통받는다.
검은 액체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은 욕망에 가득 찬 이기적 인간들의 최후를 보여준다.
반대로 차가운 바다에 빠지는 인물은 타인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순수한 존재로, 이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인간성을 향한 여정
외형이 손상된 인물을 유혹한 뒤, 그녀의 얼굴엔 점점 그림자와 먼지가 낀다.
그리고 '벌'이 등장한다. 벌과 개미는 개체의 감정이 사라진 사회의 기계적인 생명체다.
그녀 또한 그런 벌처럼 아무 감정 없이 살아가던 존재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동병상련의 인물에게서 연민을 느끼고 그를 풀어준다. 감정이 움트는 순간이다.
진짜 인간, 진짜 여성
몽환적인 도로를 지나 현실의 공간으로 들어오며, 그녀는 더 이상 UFO(차)를 타지 않는다. 직접 인간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만난 남자는 그녀를 껍데기가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 대한다.
그녀는 차와 히터, 코미디 쇼, 음악 등 인간적인 것들 속에서 '온기'를 처음으로 느낀다.
그리고 단순한 유혹이 아닌, 사랑과 교류를 위해 인간과 성관계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 순간, 자신의 성기에 이물감을 느끼며 ‘여성됨’에 대한 혼란과 자각을 겪는다.
립스틱과 화장은 그저 관찰을 통해 모방한 껍데기였을 뿐, 진짜 여성성을 깨닫는 건 바로 이 순간이다.
인간이 된 외계인의 최후
숲과 하나가 되며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그녀. 그러나 외계인의 권능을 잃은 그녀는 결국 껍데기만 남은 인간에게 폭력을 당한다.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한 그녀는 도망치다 결국 껍데기가 불타고, 하얀 눈 속에서 육신은 사라진다.
그녀도 결국 욕망을 잠시 즐긴 껍데기일 뿐이었는가?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마치 태양에 날개를 태워버린 이카루스처럼, 그녀는 사라진다.
여성, 껍데기, 그리고 영화 예술
이 영화는 여성들을 소비하는 사회,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에 대한 비판일까?
단순히 여성 영화라 하기에는 너무도 난해하고 정의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난해함이, 이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는 과연 성공적인 예술일까?"
"영화 예술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언더 더 스킨>은 이런 질문 자체를 우리에게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건지도 모른다.
- 맺으며
흔히들 <언더 더 스킨> 을 ‘굉장히 난해한 영화’라고 말하지만, 해석의 방향만 잡는다면 그리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다른 시각으로 이 영화를 요약하자면, 외계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제3자의 시선, 즉 ‘타자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에 들어와 그들과 어울리려 하지만, 결국 완전히 섞이지 못한 채 배제당하는 이야기다.
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SF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이민자의 메타포로 읽을 수 있다.
국적을 얻더라도, 이민자들은 여전히 타자로 간주된다.
원주민 사회는 이질적인 존재에 배타적으로 반응하고, 그들과의 공존은 허용하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철저히 경계 지어진 채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이 영화를 이민자 서사로 바라보는 관점을 열어준다.
한편,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의 시선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타자화된 존재로서의 여성,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존재로서의 여성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언더 더 스킨>은 외계인의 눈을 빌려 이방인, 여성, 이민자의 외로움과 단절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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