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마키나>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알렉스 가랜드 - <엑스 마키나> 분석 및 해석

by 미니미누


영화 <엑스 마키나> 리뷰 및 해석 - 신의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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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물음표가 떠오르곤 한다.

'에이바는 왜 칼렙을 버렸을 까?'

'에이바는 칼렙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나 봐.'

<엑스 마키나>는 그렇게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해석의 관점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번에는 <엑스 마키나>을 관람 후에 조금은 더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약간의 해석을 덧붙여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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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최근 <시빌워: 분열의 시대> 로 한국과 미국의 현실에 상당한 유사성으로 화제가 된 알렉스 가랜드의 데뷔 작품인 <엑스 마키나>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영화 <엑스 마키나>는 가랜드의 데뷔작으로, 필모 대다수가 SF로 점철된 그의 데뷔작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대부분의 주제 키워드를 ‘신에 대한 의심’ ,’ 생명 잉태’ 를 주요하게 다뤄, 흔한 SF영화의 주제 키워드라고 볼 수 있지만, 가랜드의 특유한 연출 방식으로 녹여 내, 특색 있게 만들어 내었다.




이번에 리뷰할 <엑스 마키나>은 데뷔작이지만, 영화 연출이라는 직업에 투신하기 전, 각본가와 소설가로써 활동한 만큼 군더더기 없는 서사로 상당히 인상적인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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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



<엑스 마키나> 라는 이름을 보다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연극 용어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가 떠오른다. 이는 '기계 장치로 내려온 신'이라는 의미로, 당대 연극에서 갈등을 신이 등장해 쉽게 해결하는 장치였다. 현대에는 주로 억지스럽거나 작가의 편의적인 결말을 뜻한다.



<엑스 마키나> 는 왜 이런 제목을 갖게 되었을까. .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직독하면 신으로부터 온 기계이다.

이 영화에서 기계는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이다. 그렇다면 신은 누구인가?

에이바를 창조한 네이든인가, 아님 인간 그 자체인가?




에이바를 창조한 네이든은 에이바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네이든은 프로그래밍 끝에 감정을 얻게 된 에이바를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여성의 외형을 갖게 만들고, 성적 착취를 서슴없이 행한다.

에아바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정작 인간은 에이바를 이해하지 않고,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 장면에 도달했을 때 의문이 든다.

인간의 피조물이, 인간과 같은 자격을 같게 되는 지점은 언제인가?


기술력은 상승해 인간은 피조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윤리의식과 사회적 합의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떄문에, 우리는 스스로 피조물을 빚는 권한을 행사 할 수 없다. 우리는 스스로 신으로 칭할 자격이 없다.


그저 불완전한 창조자에 불과하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어린 아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에, 그들이 새로운 생명을 품는 것과 마찬가지다.




네이든은 창조자이지만, 동시에 가장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자로 그려진다. 에이바를 오직 감정을 지닌 기계ㅡ ‘도구’라고 만 간주한다. 자유의지를 주는 척 하지만, 실상 철저히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자신의 뜻대로 조작한다.


그런 의미로, 에이바는 신이 우리, 인간을 창조한 방식의 거울이 된다.

서사가 끝으로 다다르면, 신을 자처하던 인간은 사라지고, 피조물인 기계는 자유를 얻는다.

창조주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피조물은 세계를 걷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신이 등장해 모든 갈등을 해소한다, 그러나 <엑스 마키나> 는 반대로 작동하여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비튼다.

더 이상 신이 피조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피조물이 ‘신’ 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니, 기계가 신이 되어버리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기계는 세상을 걷는다. 신이라는 관념은 여전히 물음표다.

누가 신이 될 수 있는가?

인간이 프로그래밍 된 존재라면, 로봇과 우리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로봇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알고리즘을 뛰어넘는다, 인간 역시 자신이 설계된 알고리즘을 뛰어 넘고 싶어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창조주는 어떠한 존재가 아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알고리즘,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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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의 불



극 중, 네이든과 칼렙은 술을 마시며 이런 대사를 말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이 짧은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은유한다.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창조한 인간을 사랑하는 나머지 신의 물건인 불을 올림푸스에서 인간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물건인 불을 훔친 죄로 평생 갇혀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도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불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감당한다.




이 서사는 <엑스 마키나> 속 인물과 겹쳐 보인다.

칼렙은 에이바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에게 신의 불인 자유를 선물한다. 감금 상태였던 에이바에게 자유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에이바는 칼렙을 배신해 떠나고, 칼렙은 그 벌로 영원히 그 집 안에 갇히게 되는 형벌을 받게 된다.


칼렙은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대가 없는 헌신을 보여줬다.



이 두 서사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신으로 칭송받았지만, 칼렙은 에이바에게 외면당한다.

그는 자유를 선물했지만, 보답받지 못한다.

이 차이는 영화가 던지는 강력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신이 되고 싶다면, 피조물에게 무조건 적인 헌신과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는가?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편이 되어주기 위해 신의 율법을 어기고 그 형벌을 감내했다. 그는 모든 것이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신’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인간은 피조물을 창조해 통제하고 계속 실험을 반복하지만,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칼렙 조차 에이바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칼렙은 구원자처럼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역시 다른 인간들과 똑같았다. 창조자라는 입장에서 오만과 무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칼렙은 결국 구원자, 신이 될 수 없었다. 칼렙은 인간이었다. 불완전하고, 사랑에 매우 취약했으며 창조의 윤리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인간일 뿐이었다.




영화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우리가 프로메테우스처럼 피조물을 위해 책임을 지고 벌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 없이 감내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신이 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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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엑스 마키나> 는 피조물과 창조자 그리고 신이 될 자격에 대해 묻는 영화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가랜드는 이 익숙한 주제를, 철학적이고 간결한 연출로 자신만의 색체로 풀어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인공지능에 대한 위험성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창조와 책임, 자유와 통제, 이해와 외면을 관한 이야기이며, 그 물음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AI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는 오늘날, 우리는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는가?

어떤 윤리도 책임도 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미숙한 우리가

AI와 로봇에 ‘프로메테우스의 불’ 을 건넬 자격이 있는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영화만의 질문이 아니다.

가상의 서사로 만들어진 <엑스 마키나>의 질문은 결국 우리 시대에게 보내는 아주 날카로운 화살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잊지 말고 끊임없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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