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AI 이용을 설득하는 글쓰기

구름 위로 띄운 AI 서비스가 독자에게 와 닿으려면

by 딱정벌레
business-2178566_1280.webp 사진=픽사베이

'오늘 좀 힘들겠다', '오늘 밤은 힘든 밤이 될 것이다. 집중력을 분산하지 말았어야. 마음이 조금 슬프네', '글이 왜 이리 진도가 잘 안 나가나 했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다른 글 털고 난지 얼마 안 됐고(그 글도 무척 진 빠짐). 이번 주제는 내용이 어렵다. 내용도 방대하고. 그래서 의욕이 잘 안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잡념에 잘 빠지는 것 같고. 근데 이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결될 건 아니다'.

'고칠 게 산더미인데 계속 자료만 찾고 일을 진척시키지 못해서 마음이 괴롭다', '초고는 쓰레기고, 퇴고는 고통스럽다. 쓰레기 치우려면 힘들다. 냄새도 고약하고. 어떨 때는 숨쉬기도 어렵다. 그래도 치우고 나면 깨끗하고 개운하다. 후련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더러운 건 치워야 한다. 주변을 깔끔히 정돈해야 한다. 그래야 질서가 잡힌다. 무질서한 초고를 바로 잡자', '우리는 청소해야 한다. 이건 퇴고하는 마음', '힘들이지 않고 글 쓰는 법'.

위 문장은 최근 글을 마감하며 트위터에 끼적인 내적 고민이다. 이번에 작업한 글 주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AIaaS(AI-as-a-service)'였다. AI로 성범죄에 대처하는 방법을 글로 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해당 기업 서비스가 지난달 말 정식 시작할 예정이었고. 글도 그 시기에 맞춰서 나갔으면 했다. 스스로 주제를 정하다가 브랜드 콘텐츠를 쓰는 게 두 달여만. 위 문장에서 느껴지다시피 이 작업 과정도 내겐 만만치 않았다. 마감하기 직전까지, 그 뒤에도 고민이 계속 들었다.

network-2402637_1280.webp 사진=픽사베이

AIaaS는 클라우드로 봇, 인지 컴퓨팅 API,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등을 제공한다. 이걸 사용하면 챗봇도 만들 수 있고, 응용 프로그램에 음성합성이나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접목할 수 있다. 자체 머신러닝 모델도 만들 수 있고.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는 게 강점. 많은 개발자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을 통해 여기에 익숙할 듯하다. 국내에선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AI 기업에서 운영한다. SaaS, IaaS, PaaS를 넘어 이제 AIaaS 전쟁이구나 싶다.

내가 글 쓰는 기업도 수년 전부터 이를 운영했다. 그동안 서비스가 솔루션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다. 유료 기능을 보면 서비스 정신도 강화한 듯. SK C&C도 그렇고 요즘 AIaaS를 개편하는 곳을 보면 Platform-as-a-service(PaaS) 기능을 많이 강조하는 듯하다. 168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AWS와 비교하면 차이가 클 수도 있다. 그래도 멀티 클라우드 시대이고 필요에 따라 여러 서비스를 취사선택해서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라도 이를 운영하는 데는 나름 의의가 있다. SI 시장도 많이 달라졌고.

이번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연구개발특구재단, 가트너, BMC 보고서와 구글, VM웨어 등 기술 기업 홈페이지, 언론 보도,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세미나 발표 자료 등을 참조했다. 모든 자료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다 유용했다. 여러 자료를 참고해도 좀 더 크게 도움받은 자료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기여도(?)가 비슷했다. 정보만 주는 게 아니라 통찰도 많이 제공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이라곤 이렇게 남의 성과물을 받아먹고 참조하면서 내용을 추리고 연결하는 정도다. 글 쓸 때마다 늘 이런 분들에게 빚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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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보고서는 AI와 클라우드 의미, AIaaS 시장 전망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연구개발특구재단 보고서는 AI 시장 전망을 도출하는 데 유익했다. 가트너 자료는 AIaaS 전망과 이 분야 선두기업 현황을 파악하는 데 활용했다. BMC 보고서는 AIaaS 장점과 필요성을 알아가는 데 도움됐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발표자료도 마찬가지. 구글에서는 쿠버네티스나 컨테이너 개념을 파악하는 데 홈페이지를 활용했다. VM 웨어 홈페이지는 멀티 클라우드 개념을 자세히 설명했다. 언론 보도는 위드 코로나 시대 AI 의미나 기업이 AI로 혁신해야 할 이유, 기술 기업이 AIaaS에 주목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데 유용했다.

개요는 이렇게 짰다. 서두-본론 1(개념, AIaaS에서 제공하는 기능, 이걸로 할 수 있는 일, 업계 현황, AI와 클라우드 관련성, AIaaS 시장이 뜨는 이유)-본론 2(해당 기업 서비스 특징과 차별점)-본론 3(구체적 서비스 내용, 활용분야)-마무리. 서두에서는 코로나 19와의 관련성을 들면서 시작했다. 이제는 코로나 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이고 기업은 이에 맞춰서 경영전략을 짜야하며. 코로나 19로 급속히 진행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상으로 정착해야 한다고.

AI는 그 핵심 수단임을 언급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문화가 뜨고 있고 AI와 클라우드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이며 기업은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 맥락에서 IBM CEO가 말한 '모든 기업은 AI 기업이 돼야 한다'는 멘트를 넣었다. 누구나 이걸 알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은데 장비, 시간, 돈 등이 부담이라고. 그러나 AIaaS는 이 부담을 덜면서 AI 혁신을 도와주는 수단임을 언급했다. 이어서 시장 현황과 글에서 다룰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면서 서두를 마무리 지었다.

machine-learning-5290464_1280.webp 사진=픽사베이

본론 1에서는 AIaaS 개념과 여기서 제공하는 도구(봇, 인지 컴퓨팅 API,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설명했다. 이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간략히 언급했다. 인지 컴퓨팅 API는 자연어 처리, 음성인식, 번역, 감정 탐지 API 등 종류를 설명하고 활용사례를 한 줄로 썼다. AWS 레코그니션이나 구글 텐서플로우 등을 대표적인 도구 예로 언급했다. 이어서 대표 사업자를 언급하고, 클라우드 강자가 AIaaS 시장을 이끄는 이유를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AI를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인 까닭도 있고. 클라우드 강자는 여기에 유리한 인프라가 있고.

이어서 시장 규모와 이 시장이 뜨는 이유를 세 가지로 짚었다. AI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도 하고, AIaaS 자체에 강점이 있기 때문도 있었다. 오늘날 데이터가 폭증하며 이를 신속히 처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고. 이는 AIaaS 필요성을 다룬 내용이기도 한데 원래 단락을 따로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만큼 내용이 많은 건 아니었다. 본론 1에 같이 녹여도 될 듯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고 경제적으로 AI를 사용해 기업의 AI 도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필요성으로 내세워서 글을 썼다.

본론 2에서는 해당 기업 서비스 특징과 차별점을 썼다. 기존에도 AIaaS가 있었지만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를 짚고 새 서비스 의의를 내세우고자 했다. 이 회사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형, 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데 그것과 한계를 연결 지었다. 실제 현장에 AI를 도입하면 성능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으니 맞춤형으로 기업 데이터로 추가 모델 학습을 해주고, 없는 AI는 고객 주문을 받아 만들어주기도 하는 등. 이밖에 무료 서비스로 40여 개 AI 기술을 이용할 수 있으며, 쿠버네티스와 컨테이너에 기반해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하고, 월 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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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3에서는 구체적인 AI 기술과 활용사례를 설명했다. 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6개 지능과 지능별 핵심 기술을 추려 제시했다. 아직 준비 중인 기술은 제외했다. 기술이 40여 개나 되기 때문에 이를 다 설명하는 건 어렵고, 잘 읽히지 않을 수 있어서 주요 기술로 보이는 것만 추려서 활용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자연어 처리의 경우 한국어도 있고 다국어도 있어서 그런 걸 함께 묶어서 설명했다. 어차피 원리나 개념은 큰 차이가 있지 않으니까. 세부 기능 차이는 당연히 썼다. 기술별로 5줄씩 썼는데 이렇게 해도 분량이 너무 길었다. 그다음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글 쓰는 순서는 평소와 비슷하다. 자료 조사한 다음, 초고를 썼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퇴고를 같이 했다. 그다음 이미지 편집을 하고 글을 마무리했다. 초고를 쓰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다. 원래 목표는 초고를 빨리 쓰고 퇴고에 전력을 다하려 했다. 그 전에도 퇴고에 시간이 많이 들었고, 거기에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꼭 그게 나쁜 건 아니라는 글을 읽어서. 일단 초고라도 빨리 마무리짓고 퇴고로 글을 새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완성도를 높이자는 생각. 그러나 이번에는 퇴고 시간이 빠듯했다. 그전에 매주 글을 한 개씩 쓴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때도 무리하긴 했지만.

사실 이번 작업은 글을 쓰면서도 글을 끝내고 나서 반성을 많이 했다. 과정에서 내가 후회가 없으면, 던질 수 있는 주사위를 다 던지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그게 부족하다 생각되면 끝나고 나서 무척 찜찜하다. 이번에 그 찜찜한 느낌이 오래갔다. 반성 지점을 몇 가지 짚자면- 첫째, 내가 계획했던 매뉴얼, 과정대로 진행하지 못한 게 있었다. 그중 하나는 퇴고. 보통 수정을 무척 많이 해서 보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마감에 맞춰서 보내느라 평소 수준으로 퇴고를 많이 하지 못했다. 나중에 글을 다시 보니 오타가 많았다.

statue-4452403_1280.jpg 사진=픽사베이

둘째, 글 쓰는 과정이 지지부진했다. 그 전에도 그런 게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글이 속도를 많이 내지 못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다. 내용이 어려웠고 의욕은 넘쳤다. 클라우드 글을 써보고 싶었고, 포트폴리오에도 그게 있는 게 언젠가 도움될 것 같았다. 근데 내용이 어렵다 보니 흥미를 많이 못 느꼈다. 초기 자료 조사를 할 때 유용한 자료를 많이 찾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퇴고 과정에서 추가 자료 조사한 게 글에 더 많이 반영됐다. 그게 초기 자료조사보다 더 쓸모 있었다. 퇴고하면서 서두와 본론 1은 거의 갈아엎었다.

셋째, 좀 더 쉽게 풀어쓰지 못했다. 쿠버네티스나 컨테이너가 그 예다. 본문 안에서 용어를 설명하긴 했지만 그 설명도 어려웠다. 성범죄 글을 쓸 때처럼 주석을 달아서 더 쉽게 부연 설명했어야 하는 건데. 시간이 빠듯한 데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여기에 기초 이해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이는 글쓴이가 더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풀어서 쓰지 않는 건 글쓴이 직무유기. 이에 스스로 불만족스럽고 부끄러웠다.

넷째, 활용분야를 풀어내는 방식이 아쉬웠다. AIaaS는 정말 쓸모가 많다. '이런 게 가능해?' 할 정도로. 그걸 더 재미있고 보기 좋게 풀면 더 잘 읽혔을 텐데. 처음에는 활용사례로 분류하고 여기에 쓸 수 있는 기술을 각각 언급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근데 그러려면 일일이 사례에 해당하는 기술을 찾아야 해서 품이 많이 들었다. 홈페이지에서라도 TPO별로 기술을 구분하고 활용 가능한 기술을 덧붙이면 고객이 보기 더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튜토리얼이 있어도 좋고.

tickets-4732469_1280.jpg 사진=픽사베이

다섯째, 내가 생각하는 수준으로 필요성을 분석하고 호소하지 못한 것 같다. 글쓴이로서 고민은 이렇다. 이미 클라우드 기업 강자와 세일즈포스, 오라클, 알리바바 등 다른 기술 기업도 AIaaS 전장에 뛰어든 마당에 이곳 AIaaS를 사용해야 할 이유를 잘 드러내야 했다. AIaaS를 써야 할 이유도 중요하고. 글쓴이로서 나 스스로 여기에 확신이 있어야 했다. 글 읽는 사람도 수긍할만한 논리로 그걸 풀어야 하고. 그러려면 다른 기업의 AIaaS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한다. 거기서 이곳 차별점을 발견하고 해석해서 내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방대한 자료에 묻혀서 이를 잘 해내지 못한 듯하다.

AIaaS는 내용이 방대하다. 이를 주제로 구체적 기능이나 주요 기업별 서비스를 비교, 분석하는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 무슨 기능이 어떤 게 더 우수한지 등. 또 이 서비스로 뭘 했더니 어떠했다는 후기 콘텐츠도. 근데 이런 걸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이미 많이 만들 듯하다. 행사에서도 그런 걸 주제로 개발자가 많이 발표하니까. 지난 주말에 AWS 168개 기능을 2분 안에 노래로 설명하는 영상을 봤다. 육성으로 터졌다. 그런 콘텐츠도 있으면 좋을 듯하고.

이번 작업에서 느낀 건 난 과정이 만족스러워야 결과에도 만족한다는 것.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찜찜해하고 자책도 많이 한다. 내가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을 때 내보내는 걸 선호한다. 반응은 둘째 치고라도 완성도는 그렇게 했을 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작업하며 느낀 게 또 하나 있는데- 자기 만족도 조절해야 한다는 거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걸 달성한 데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자기 성취감을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 고난이 올 때 쉽게 쓰러진다는 말을 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비현실적인 목표가 스스로를 더 괴롭힐 수 있으니.


168 AWS Services in 2 minutes, 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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