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좀 지났지만) 작업한 글 주제는 'AI로 보험을 혁신하는 5가지 방식'이었다. 주제가 특수하고 어려워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작업 과정에서 애를 먹었던, 치를 떨었던 주제. 작업방식에도 변화를 주려고 시도했지만 주제 특수성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결국 원래 방식대로 가는 게 최선임을 깨달았던 작업이었다. 글 하나하나 쓸 때마다 한계에 부딪치는데 재밌으면서 힘든 경우가 있고, 재미도 없는데 힘들기까지 한 경우가 있다. 이번 작업이 좀 그랬다.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는 금융을 주제로 하려고 했다. 보험도 범금융에 들어가기는 한다. 금융+보험 이렇게 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금융 사례는 할만한 게 많지 않았다. 내가 잘 몰라서일 수 있지만- 핀테크만 봐도 금융은 이미 기술 혁신이 많이 이뤄진 분야이기도 했다. 물론 가야 할 길이 멀겠지만. 보통 혁신 기술이 가장 빨리 도입되는 분야를 보면- 이건 내 편견일 수 있지만 금융 분야가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점도 있고. 보안도 중요한데 이 또한 기술과 맞닿아서 그런지. 금융 기사를 봐도 기술 기사가 많다.
금융에는 다룰만한 매력적인 사례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보험 분야 혁신 사례를 찾아보니- 금융보다 훨씬 다양했다. 그건 보험산업이 그만큼 전근대적이고 기술 혁신이 많이 더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조사과정에서 이 산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는지, 산업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뭔지 접했다. 그걸 알고 나니 전근대성과 비효율이 많이 이해됐기도 하고. 올해 AI 100 기업을 CB인사이츠에서 선정했는데 거기서도 금융과 보험은 함께 묶여 있었다. 그중에서 보험 AI 기업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목록도 많이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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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보험을 혁신한 사례는 기술로 비효율을 선명하게 개선한 사례가 많았다. 기술 혁신 사레가 매력적이라고 할 때, 단지 기술이 멋있고 휘황찬란하다기보다- 이 기술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이렇고,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기존 해결 방식이 이 정도로 케케묵었지만 AI를 도입하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고, 문제가 얼마나 크게 해결되는지. 이런 게 확연하게 드러날 때 그 기술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다. 난 그렇다. 앓던 이, 묵은 체증 같은 문제를 시원하게 해소하는 기술. 그게 보험 분야에 많다.
보험업의 전근대성을 짚고 가면 좋겠다. 보험업은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산업이다. 기원전부터 있었다고 하고 해상무역 시기, 산업혁명 등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역사는 유구한데 기술 혁신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험회사가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산업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위기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는 해석이 있다. 규제 문제도 있고. 보험 영업은 거의 대면이다. 코시국에도 그랬다. 보험 모집 방식 중 90% 이상이 대면이다. 상품이 복잡하니 설명도 필요하지만 설계사가 고객을 대면해야 할 의무를 요구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테고, 사람이 하는 실수를 기술로 보완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AI와 인간을 대결구도로만 보며 what if 상상에 매몰돼선 안된다. 내가 이 기술에 어떻게 올라타고, 이를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보험업에도 그렇다.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쓰자고. 코로나 19 이전부터 보험업에도 디지털 혁신은 이뤄지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이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보험업도 뉴 노멀을 맞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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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 보험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떠해야 할까. 가상업무, 원격근무, 비대면 소통 트렌드에 부합해야 한다. 보험 가입, 계약 심사, 보험금 지급 신청, 지급 심사 등 업무 전반에 걸쳐서 이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개인적 생각은 아니고(그 생각도 일부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제언한다. 시장조사기관도 그렇고, 보험업계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올해 규제 개선으로 이를 지원 사격하고 나섰다. 올해는 보험업 AI 트랜스포메이션 원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위 내용은 내가 서두에서 쓴 내용 일부를 좀 더 요약했다. 참고자료 이야기로 넘어간다. 지금까지 써온 글 중에서 역대급으로 자료를 많이 봤다. 50개가 넘었다. 보통 30개 내외인데. 모든 산업에 특수성이 있지만 보험업은 그 특수성이 좀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계에서 쓰는 전문용어도 많고 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도 많다. 설계사나 계리사, 손해사정사 등등. 그렇다 보니 단순히 기술 자료만 봐서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주제로 글 쓸 때마다 그 산업과 관련된 자료를 보지만- 보험업에서는 그 자료가 굉장히 많았다.
참고자료가 많다는 건 내가 그만큼 무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르니까 봐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모르는 게 많으면 자료를 많이 봐야겠지. 아무리 비전문가이고 무지렁이지만 글을 쓸 때만큼, 글이 나갈 때만큼은 이 주제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현업 종사자에 비할 바는 못될 것이다. 그래도 글은 자신감을 갖고 써야 하고 그러려면 그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 보험업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가족 중에 업계 종사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부하면서 이 산업도 굉장한 지적 노동이 뒤따른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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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는 이렇다. 시장조사기관, 연구기관, 공공기관, 국제기구 보고서, 정부부처 보도자료와 홈페이지, 보험회사와 보험협회 홈페이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상장 신고서, 유튜브 동영상, 국내외 언론보도 등. 보고서는 보험연구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딜로이트, 맥킨지, 삼성증권,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 한국은행, 행정안전부와 기타 정부부처 자료를 봤다. 보험연구원 자료는 보험산업 특수성을 익히는 데 도움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는 기술 혁신 사례를 다양하게 다뤘다.
딜로이트 자료는 코로나 19가 보험업계에 던지는 과제를 이해하는 데 유익했다. 맥킨지는 보험 미래와 AI 도전 의미를 알아가는 데 도움됐다. 삼성증권 자료는 사례로 다룬 특정 기업의 사업방식, 기술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데 참고했다. 한국은행 자료는 특정 기업 기술 사례 필요성을 쓸 때 참조했다. 그 기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참고하는 데 활용했다. 유엔 자료도 마찬가지 용도로 참고했다.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이상기후 보고서도 역시 마찬가지 용도로 봤다.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는 금융위원회, 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봤다. 금융위 보도자료는 마침 3월에 AI 보험 혁신을 지원하는 규제 개선책을 발표한 게 있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했던 배경 요소인데- 그 내용을 참고해서 서두에 반영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 홈페이지에서는 풍수해보험 내용을 참고하는 데 활용했다. 내가 다루려는 기술 사례와 관련된 내용이라서 참고했다. 글에 내용을 썼지만 너무 긴 듯해서 좀 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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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고한 기업 홈페이지는 내가 다룬 기술 사례에 해당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그밖에 다른 보험회사 홈페이지였다.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5개 기업 가운데 한 곳만 보험회사이고 나머지는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혁신 주체가 보험회사라기보다 기술 기업이라는 게 새삼 실감 난다. 이들 홈페이지에서 기술 작동방식과 효과, 의의 등을 참고했다. 나머지 기업은 보험 지급 심사와 자동차 사고 접수절차를 참고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봤다. 한화생명과 삼성화재 홈페이지가 그 예다.
보험협회 홈페이지도 무척 유용했다. 주로 통계를 참조하는 데 활용했는데- 보험 가입 경로별 비중을 주로 참조했다. 참고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따로 있으며 통계도 역시나 따로 있었다. 협회 양식인지 업계 양식인지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통계 정리 방식이 있어서 이를 이해하고 내가 필요한 수치를 찾아 다시 계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보험 출입 기자들이 협회 통계를 보고 기사를 많이 발굴하는 듯했다. 매달, 매분기마다 자료를 업데이트하다니 투명하고 성실한 조직이란 생각도 들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상장 신고서도 한 기업의 기술 작동방식과 사례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참고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보다는 이런 자료가 더 도움됐다. 보험업계, 특히 인슈어 테크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이고 지난해 상장도 했다. 굴지의 유명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대주고. 이 회사는 기사도 많이 나왔다. 이런 곳 사례를 다룰 때 더 조심스러운데 다른 데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을 뻔하게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상장 신고서가 많이 도움된다. 기업이 밝힐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솔직하고 자세하게 운영현황을 드러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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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동영상도 각 기업의 기술 작동방식과 사례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상세히 알고 싶어서 참조했다. 때때로 기업 공식 유튜브 동영상에서 많이 도움받는다. 어렵고 복잡한 기술을 쉽게 풀어내서 설명하고, 의의도 밝혀준다. 글 쓸 때 좋은 재료가 된다. 동영상은 기술 작동방식을 모의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경영진이 나와서 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대담하는 동영상이 있어서 독특했다. 그 동영상은 내게 유레카 모멘트와도 같았는데- 정말 그 영상이 없었다면 글쓰기가 너무 어려웠을 것 같다.
국내외 언론보도는 AI로 보험을 혁신한 사례나 각 기업의 기술 작동방식을 조사하는 데 활용했다. 각사 보도자료도 봤다. 국내 매체는 아주경제, 전자신문, 서울경제, 한겨레, MBC를, 국외 매체는 악시오스, 포브스, 뉴욕타임스, 벤처비트, 인슈어타임스 등을 참조했다. 이밖에 전문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매일경제용어사전, 한경경제용어사전, 네이버 웹마스터 가이드,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 등을 참고했다. 네이버 웹마스터 가이드나 컴퓨터인터넷IT용어대사전은 구조화된 데이터,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설명하는 데 도움됐다.
글 개요와 작성방식은 이렇다. 서두-본론 1-본론 2-본론 3-본론 4-본론 5-마무리. 참고로 이 글에서 다룬 다섯 가지 사례는 자연재해 위험 예측, 보험 가입, 보험금 지급 신청과 심사, 사기 탐지, 데이터 관리, 자동차 사고 수리비 견적, 가격 책정 등에 AI를 접목한 기업이었다. 미국 기업, 영국 기업, 프랑스 기업이 있었다. 각 본론은 이 기술이 해결해야 할 각 문제점, 이 기술 필요성, 이 기술 작동방식, 의의 등으로 이뤄졌다. 작성방식은 자료조사-초고 작성-퇴고 1-퇴고 2-이미지 편집-마무리-퇴고 3-퇴고 4-발송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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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면서 느낀 점은- 첫째, 늘 하는 이야기인데 무척 어려웠다. 앞서 언급했지만 보험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특수성이 강하고,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사정이 많아 보였다. 글을 쓰려면 설계사, 계리사, 손해사정사 일을 알아야 했다. 보험회사에서 가입과 보험금 지급 신청을 처리하고 심사하는 방식도. 각 업무가 고유하고 업의 전문성, 특수성이 큰 분야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특징도 다르고. 비대면 채널 판매 동향과 배경도 저마다 다르다. 알아야 할 것,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았다.
둘째, 나도 평소 잘 모르거나 처음 접한 이야기인데 이걸 최대한 독자 눈높이(특히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까지 아울러서) 쉽게 풀어서 쓰는 과정이 힘들었다. 혹시라도 업계 관계자가 보면 황당한 내용으로 보일까 봐 그것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뭘 모르고 썼네'라고 보이기는 싫으니까. 전문 용어는 어려우니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야 했다. 업계만의 속사정도 한번 읽으면 바로 이해될 수 있게 써야 하고. 그러려면 또 배경 설명을 해야 하고. 이걸 어느 수준까지 하는 게 좋을까 많이 고민스러웠다. 난 얼마나 알아야 하는지도.
셋째, 아무리 봐도 도무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사례도 있었다. 가격 책정 자동화가 그 예인데- 홈페이지 설명을 봐도 그렇고, 다른 기사를 봐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았다. 이 기술 필요성을 도출해서 글로 쓰는 것도 만만찮았다. 어차피 독자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니 이 사례는 기술 작동방식을 구체적으로 그리기보다 이들이 하는 일, 의의나 효과에 중점을 둬서 썼다. 그게 더 잘 읽히니까. 100% 마음에 들게 하기 어려워서 적정선에서 서술방식에 타협한 사례. 내가 사례를 잘못 골랐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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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내용이 어렵다 보니 스스로도 흥미를 잘 못 느껴 괴로웠다. 앞서 언급했지만 어려워도 재미있는 소재가 있다. 처음에는 어렵고 재미없어도 글을 퇴고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은 둘 다 거리가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기술 혁신 사례가 선명하다고 생각해서 작성 과정이 수월할 줄 알고 덤볐다가 된통 당했다. 공부할 게 너무 많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고. 다 어려운 것 투성이. 시간도 예상보다 훨씬 더 걸리고. 막막함이 너무 커서 외면하고 싶고. 작성 과정에서 겪은 난관이 예상했던 바와 많이 달랐다.
다섯째, 더 무서운 건 내가 내 판단에 확신이 부족할 때이다. 혼자서 일하기 때문에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게 많다. 글 완성도는 특히 그렇다. 내가 판단이 흐려지면 안 된다. 내가 판단이 흐려져서 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개선하지 못하면 그건 더 두렵다. 최근에 한 다른 작업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느꼈는데 회고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작업 경험이 혼재되는 느낌도 들지만. '내가 정말 최선의 판단을 내려서 글을 쓰고 있나' 내내 의심했다. 내용이 어려우니까.
여섯째, 방황하면서 작업할 때, 깨달은 몇 가지 진리가 있다. 장 자끄 상뻬의 '상페의 음악' 인터뷰 내용과 김은희 작가가 '유퀴즈'에 나와서 한 말이 그랬다. 둘 다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개선해야 한다는 것,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고 밤새서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조금이라도 쓴다는 게 그랬다. 딱 저런 멘트를 한 건 아닌데 저런 요지 이야기였고, 내가 받아들인 의미는 그랬다. 천하의 상페와 김은희 작가님도 진도를 많이 못 나가더라도 자리를 지키면서 꾸준히 작업하는데- 나 따위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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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자꾸 요술방망이 휘둘러서 노력 없이 뭐가 나오길 이율배반적으로 기대하곤 한다. 게을러서 그런 것도 있고. 막막해서, 어려워서 그럴 때도 있다. 그 마음은 오래 품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일 수 있지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계속 고민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글이 좋아지지 않는다. 글이 막힌다고 느꼈을 때, 돌파구를 찾으려면 그 자리에서 그 고민을 계속 직면하면서 짱구를 굴려야 한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다양하게 써보고 고치고. 그렇게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굉장히 나를 짓누르는 작업이었는데 어느새 아득하다. 다른 작업을 이어서 해서 그렇기도 하고. 시간도 흘렀고. 다 쓰고 나서도 왠지 아쉽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내 sns에서는 별 인기 없는 글이었지만 그래도 AI 관련 커뮤니티에 올렸을 때는 좋은 댓글도 받았다. 공유도 좀 되고. 다시 보니 그래도 필요한 주제를 다뤘다 싶고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괜찮다. 재미있고 쉬운 거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도 발전에 도움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만 할 수는 없으니까.
작업방식도 함부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한 건 이유가 있어서고, 그 이유는 타당했다. 이런 생각을 한 이유도 상페의 음악과 김은희 작가 인터뷰 영향이 컸다. 작업 과정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너무 오래 시간을 끈다 싶을 때도 있다. 오래 고민했는데 내용을 많이 못 쓰고, 그나마 쓴 건 쓰레기 같고. 자괴감을 느끼고. 근데 결국 그렇게 하다가 어떻게든 개선해서 완성하지 않나. 스스로 비효율적으로 일한다고 자책했는데 그 과정이 있어서 이렇게 쓸 수 있었던 거니 너무 나쁘게 생각지 않기로 했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그 시간을 확보하고, 작업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자신을 그 환경 안에 집어넣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