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코드] 리뷰

스킬이 필요한 모두에게

by 정 현

언젠가 물구나무서기 연습에 진전이 없어 아는 형에게 요령을 물보았고,

그때 형은 '미엘린'이라는 물질을 재로 한 책 [탤런트 코드]를 통해 설명해 주었다.

당시 들었던 내용이 흥미로워 직접 책을 구매해 읽어보았다.


타고난 유전자 그리고 재능이 모든 걸 결정짓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다.

노력마저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게 현 상황이다.


재능의 비중이 크다는 인식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운동선수, 예술가, 전문가들은 타고난 재능이 있으며 그것이 적절한 환경 속에서 개화한다고 믿는다.


[탤런트 코드]는 이 사실에 브레이크를 거는 책이다. 재능이 중요치 않다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재능의 정도와 상관없이 제대로 된 연습이 이루어진 사람들은 대게 원하는 스킬을 효율적으로 얻는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연습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 근간에 바로 '미엘린'이라는 물질이 있다.


미엘린은 신경망을 감싸는 절연물질이다. 시냅스를 통해 뉴런이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면, 미엘린은 그 전기신호가 오가는 통로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미엘린은 도로와 같다. 도로가 더 넓어지고 다듬어질수록 많은 차량이 다니며 교통체증도 줄어든다. 미엘린이 많이 감싸질수록 몸속의 신호는 획기적인 속도로 전달된다.

뉴런과 미엘린 / 115p

핵심은 모두 말했다. 결국 우리가 스킬을 익히려면 도로를 확장하듯, 미엘린을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익히고자 하는 스킬에 도전하며 실패하고 그 실패에 집중하며 재도전하는 것이다.


"아 될 거 같았는데...!" 라며 자꾸만 고꾸라지는 그 지점을 음미해야만 한다. 그 지점을 책에서는 '스위트 스팟'이라 부른다.


제대로 된 연습을 통해 스위트 스팟을 자극할 때마다 정확한 신호가 보내지며

미엘린이 두꺼워진다.


결국 뻔한 얘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연습 또 연습이라는 점 아닌가? 그렇다.

다만 실패지점에 충분히 집중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연습을 거듭해도 발전 속도가 느리다. 방법에 따라 1만 시간의 법칙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연습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1) 덩어리화(청킹)하기

모든 스킬의 완성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완벽한 스킬을 연습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스킬도 구체적인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스, 에, 베, 트, 레 글자를 하나씩 먼저 익히고, '에베레스트'라는 하나의 단어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

체조 선수가 뒤공중돌기를 하려고 신호를 발사할 때도 '좋아, 이제 다리를 들어 올리고 등을 활처럼 휘게 한 다음 머리를 어깨 뒤로 밀면서 엉덩이를 돌려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심층 연습을 통해 설계하고 연마한 '뒤공중돌기 회로'에 신호를 발사하기만 하면 된다.
-83p-

덩어리를 통해 스킬이 숙달되면, 우리는 거쳐왔던 덩어리 단계를 다시 의식하지 않는다. 완성된 회로가 스킬을 수행시켜 준다.


2) 심층 연습

실제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심층 연습이 알려준다.

스위트 스팟을 자극해야 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건 '몰입'이다.

몰입을 위해서 스킬의 속도를 늦추기, 롤모델을 모방하기 등 진득하게 익혀야 할 스킬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몰입을 통한 심층 연습 구간에 반복해서 진입할 수 있다면 빠르게 숙련도가 올라간다.


미엘린의 특징 중 하나는 보편성이다. 미엘린은 특정 분야에서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며, 분야에 따라 원리가 달라지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미엘린이 두꺼워지는 경험을 제대로 느껴본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연습해 볼 수 있다. 습하는 요령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지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또는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 과정에서 고꾸라지며 안갯속에 갇힌 듯 감이 잡히지 않는 듯한 막막함에 잠식당하기도 한다.


[탤런트 코드]를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목표로 향하는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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