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과학 연구, 그리고 인문학
아래글은 SPRi(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과학을 위한 AI(AI4 Science)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다"의 보고서를 읽고 쓴 글입니다.
< 그림: ChatGPT >
데이터에서 지혜로, 일상의 과학
나의 스마트폰은 업무, 커뮤니티, 그리고 블로그 게시를 위해 설정해 둔 뉴스 알림이 아침마다 쏟아낸다. AI 모델의 대중화 시점인 2022년 11월 30일(ChatGPT 출시일) 이전 같으면 예전 제목만 훑고 넘기거나 중요한 기사만 골라 읽었지만, 이제는 AI 요약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주요 이슈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 이해와 인사이트를 얻기가 쉬워진다. 이런 변화를 보고서에서는 “데이터에서 지혜로” 가는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과학자들이 수백만 편의 논문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듯, 우리는 AI를 통해 복잡하고 다중 연결된 세상에서 필요한 부문을 찾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AI라는 기술이 혁신을 넘어서 우리의 생각하는 습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과 인간과의 거리를 점점 더 가까워지게 하고 있다.
다섯 번째 과학혁명과 생활 속의 AI
보고서는 AI를 “경험, 이론, 계산, 데이터”를 잇는 다섯 번째 과학혁명이라 말하고 있다. 이것을 생활 속에서 찾아본다면, 자주 가는 카페의 바리스타는 내가 늘 아메리카노를 시킨다는 걸 기억하고, “오늘은 진하게 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이 경험이 AI 커피머신으로 확장하면 "개인 취향과 기분을 학습한 기계가, 날씨와 시간에 맞춰 커피 농도를 조절해 준다", 이것이 연구실에서 AI가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과학은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보고서에서도 나와 있듯 온라인 게임 참여자 수십만 명이 단백질 구조를 풀어내며 연구에 기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도 가끔 집에서 요리를 할 때 체감한다. 레시피 앱에 냉장고 속 재료를 입력하면, AI는 조합 가능한 요리와 예상되는 맛까지 제안한다. 더불어 “이 재료와 저 재료를 함께 쓰면 더 건강한 조합이다”도 덧붙여 준다. 실패 확률이 줄고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AI를 활용한 기술 혁신이 특정 연구 분야를 넘어 일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과 AI의 공존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보고서에서 경고하듯, AI는 “환각(hallucination)” 즉 그럴듯한 허구를 만들어내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의 사례를 말하면, 자료를 만들거나 글을 쓸 때 필요한 참조처를 찾을 시 AI에게 프롬프팅 후 결과의 url를 보면 '404 에러'와 같은 실제 없거나 열리지 않는 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확인치 않고 인용 및 참조처로 한다면 활용된 자료 및 글은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며 읽는 이에게 외면될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교훈을 주는데 AI와의 협력은 비판적 수용 없이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인생에서 조언을 듣더라도 모든 상황을 살펴본 후 현황에 맞게 조율하듯, AI가 주는 정보도 그대로 반영할 것이 아니라 정보의 맥락을 살펴 걸러내야 한다. 인간과 AI는 단순한 의존 관계가 아니라, 거리 조율이 필요한 상호작용이 되어야 한다.
생활 속 질문, 인문학이 필요할 때
AI시대를 살아가면서 오늘 마신 커피의 맛이 왜 달랐는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이 왜 최적인지, 아이가 AI 튜터와 공부하며 웃는 표정이 진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이 모든 것이 질문이 될 수 있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라는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의심하고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작은 질문들이 쌓여 사유의 층을 만들고, 결국 지혜로 발전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인문학 관점이 필요한 이유이다.
AI는 답을 주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는 AI가 과학 연구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AI는 단순히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거울로 여겨야 한다.
“왜 이 맛이 어제와 다를까?”, “왜 이 길이 최적일까?” , “왜 이 정보가 중요한가?”라는 물음은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은 인간이 AI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질문이다. AI와 같이 기술은 답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같이 하는 인문학은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질문의 학문이다. AI 시대에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삶 역시 한층 더 의미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