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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드러나는 무지(無知)

지식이 늘수록 확장되는 무지와 궁금증의 역설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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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ChatGPT >


우리는 공부와 독서를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거듭할수록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 많았나?” 하는 당혹감을 느낄때가 있다. "지식이 늘어날수록 무지가 늘어난다". 처럼 어쩌면 지식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모름에 대해 더 확장 시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지를 스스로 느끼는 순간들

나는 사내 기술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새롭거나 이슈가 되는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논문을 읽고, 관련 블로그와 칼럼, 기사, 도서를 검토할 때가 그렇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술의 원리와 적용 사례를 정리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위해 깊이 파고들다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AI 기반 제조 최적화 관련 자료를 조사할 때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관련 학술 자료를 보니 데이터 품질의 편향 문제가 등장했고, 기술 칼럼에서는 AI 의사결정의 윤리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현장 경험을 다룬 보고서에서는 센서 데이터의 불확실성과 연결된 시뮬레이션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AI가 효율을 높인다”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AI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가 함께 보였다. 이처럼 지식을 쌓을수록 내가 모르는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에서 볼 수 있듯 조금 알면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깊이 들어가면 모르는 부문이 끝없이 나타난다.


질문이 답보다 많아진다.

책과 자료를 읽는 과정은 늘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덕분에 시간이 항상 부족하지만). 한 권의 기술 서적을 읽으면 또 다른 두세 권이 더 필요해지고, 한 편의 논문을 이해하면 그와 연결된 수많은 새로운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예를 들어 AI 프롬프트를 다룬 글을 준비하다가도, 성능 최적화를 설명하려면 자연어 처리의 기초로 들어가야 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생성형 AI의 윤리적 영향까지 연결된다.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각하는 능력인데, 메타인지를 기를수록 내 무지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결국 글을 쓰려는 시도 자체가 궁금증의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답을 찾으려 했던 시작이 오히려 새로운 질문의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경험을 통한 또 다른 무지

커뮤니티 운영뿐 아니라 강의 경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나는 종종 사내에서 강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디지털 트윈과 3D Data 활용'을 주제로 준비를 하면 “3D Data는 디지털 트윈의 핵심 요소이며, 설계·제조·운영 전 과정에서 재사용된다”는 내용을 준비하고 진행하였다.


그러나 강의 중 참석자들의 질문은 내 예상보다 훨씬 넓고 깊었다. 누군가는 “3D Data를 어떻게 표준화할 수 있느냐”를 물었고, 또 다른 이는 “대규모 데이터를 관리할 때의 보안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3D Data를 PLM, MES, ERP 같은 이기종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하느냐”라는 질문까지 나왔다. 나는 준비된 내용만 설명하면 충분하리라 믿었는데, 실제로는 법적 규제, 조직 내 프로세스, 심지어 ESG와 연관된 데이터 관리 문제까지 얽혀 있었다.


커뮤니티 운영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게시글 하나를 올리면 회원들은 현실적 문제를 댓글 또는 메일로 의견을 전달 한다. “3D Data를 단순히 시각화 도구로 쓰는 것과 시뮬레이션까지 확장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데이터를 표준화하지 않고도 디지털 트윈을 운영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일이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포괄적이고 복잡해지는 이유이다.


앎과 모름의 공존

앎과 모름은 글쓰기에서도 동일하다. “글쓰기에서 답을 찾다.”라는 문장을 곰곰히 뜯어 보면 글을 쓰는 행위가 답과 길을 주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맞는게 무엇인가'등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 내가 커뮤니티에서 글을 준비하고 강연 자료를 작성할 때도 그렇다. 글이나 강의가 끝나면 오히려 “아직 부족하고 공부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결국 글쓰기와 강의는 무지라는 부족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지식을 확장하는 끝없이 반복되는 프로세스라 감히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왜 읽고 공부하는가?

여기서 반어적 질문이 생긴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늘어날 뿐이라면, 도대체 왜 우리는 공부하고 읽고 경험하려 애쓰는가? 차라리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게 더 편하고 좋지 않을까?


그러나, 그 무지의 확장을 통한 앎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내가 모르는 것을 자각할수록 겸손해지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려고 노력하게 된다. 궁금증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마치 수 많은 산을 오르는 것 과 같이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보이듯, 지식은 또 다른 배움이라는 또 다른 고개와 산 봉우리를 보여준다. 끊임없이 고개를 넘고 산을 정복하고 또 다른 산을 바라다 본다.


결국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모르는 것도 늘어난다는 사실은,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역설이자 동시에 가장 큰 선물을 받는 것이다.


<참조 및 인용처>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Pshychology Toda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asics/dunning-kruger-effect

"지식이 늘어날수록 무지가 늘어난다.-장하석"-캐어랩_https://fishpoint.tistory.com/4750

"메타인지"-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A9%94%ED%83%80%EC%9D%B8%EC%A7%80

"지식의 저주"-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C%A7%80%EC%8B%9D%EC%9D%98_%EC%A0%80%EC%A3%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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