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그리고, 다시 시작

한번에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천천히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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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슬럼프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시험을 치르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리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그 ‘잠시’가 한 달이 되고, 석 달이 되고, 결국 해를 넘기고 있었다. 1년 넘게 학점 취득을 위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처음엔 “조금만 쉬자”는 합리화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건 완벽한 핑계가 되었다.

회사 일과 일상 생활은 여전히 바빴고 보상심리로 인한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 졌다. ‘이렇게 편한데 공부까지 할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속에서 “학사 학위가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의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은 30년을 넘어서고 은퇴전, 후를 생각하며 이에 필요한 것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굳이 학사 학위 증서, 이 한 장의 종이를 위해 밤잠을 줄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공부와 점점 멀어지던 어느 날, 책장을 정리하던중 한켠에 있는 예전 공부했던 교재가 눈에 들어왔다. 교재를 보면서 수강, 시험 및 레포트 준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번에는 꼭 한다'는 결심과 간절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럴까 하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해서 일까? 이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여러 여러 생각을 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을 복돋우고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해볼까?라는 마음이 생길때 유튜브에서 70대 할아버님이 대학에 입학하여 계속 공부를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공부를 통해 궁금했던 부문을 찾아 보람을 느끼고 인생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말이 가슴속에 깊게 스며 들었다.

그 날 이후, ‘조급해하지 말자. 천천히, 꾸준히 가자.’ 이전처럼 한꺼번에 여러 과목을 등록해놓고 압박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먼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학점 취득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찾아 보았다. 회사 업무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이 있어서 교재를 사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단위로 2~4과목씩만 수강하기로 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이수하면서 공부 습관을 가져가기로 했다. 다시 엑셀를 열어서 학위 수여 점수인 140점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과목 등을 정리하고 너무 무리하지 않게 계획을 수립했다. 욕심으로 인한 과몰입은 번-아웃을 가져옴을 몸소 겪어기에 중간 중간 결과를 확인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로 했다.

그저, 목표만을 바라보지 않고 과정을 통해 무엇인가 배우기로 했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변하고, 그 속에서 멈추지 않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격증 교재를 펼친다.

그런데, 빾빽히 쓰여진 작은 글씨와 수 많은 체크 포인트 그리고 반드시 외워야 하는 암기 내용을 보니 잡았던 펜을 놓고 싶었지만 2여년전 가족에게 당당히 선언 했던 모습을 상기 하면서 다시금 펜을 다잡고 콧잔등에 얹혀진 돋보기 안경을 고쳐 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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