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사 1단계 쉽다고 하지만

풀던 문제도 또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이더라

by 혜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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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사 시험 준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8과목을 모두 이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교양과목 5개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하니 다시 긴장이 찾아왔다. 시험은 중·고등학교 수준이라고 했지만, 막상 교재를 펼치니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국어, 영어, 국사, 윤리, 사회— 오랜만에 보는 과목들이었고,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라 믿었던 지식은 이미 희미하게 사라져 있었다.

“이 정도면 기억나겠지”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젊었을 땐 단어 몇 번만 봐도 금세 외워졌던 공식과 개념들이 이제는 머리에 들어왔다가도 금세 흩어졌다. 외우려 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복잡해졌고, 다시 책을 덮는 날이 많아졌다. ‘나이 탓을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현실적으로 체력과 기억력의 한계는 분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시험 준비 기간 중에 가족 행사가 연달아 있었다. 주말마다 친척 모임이 있었고, 설날도 끼어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만, 마음 한켠은 늘 조급했다. ‘지금 이 시간에 한 챕터라도 더 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다시 교재를 펴지만 피곤에 밀려 금세 눈이 감겼다.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고, 수면 부족이 쌓이니 체력도 떨어졌다. 가끔은 몸이 아파 공부를 며칠 쉬기도 했다.

시험 치는날이 점점 다가오는데도 교재를 보면 페이지가 반도 넘지 않아 조바심만 계속 생기는데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고 머리속에는 전형 담겨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눈은 교재를 향했다.

시험 전날은 컨디션이 좋아야 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시험장에는 가자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막상 시험장에 들어서니 '열심히 할 걸'라며 후회의 한 숨만 내쉬게 되었다. 시험장인 강의실을 들여다보니 다른 응시자들은 대부분 젊은 학생들이었고, 나처럼 중년은 보이지 않았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내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마음으로 다잡았다.

그리고, 시험장에 오기전 아내가 작은 도시락을 싸주었다. “시험 잘 보고 오라”고 응원을 해주었는데 나름 대로 열심히 한다고 하는 나를 묵묵히 지켜봐주던 아내에게 고마움이 밀려왔다.

시험 문제를 보니 '아! 이거'라며 기억이 나는 것도 있었고 꽤 깊은 내용을 묻는 문제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공부를 들 한 것이 나 자신도 느껴졌다. 시험 중간에는 긴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이래서 공부는 평생의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과목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었는데 머리가 멍했다. “이제 끝났다”는 해방감과 “조금만 더 할거…”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고 행운만을 바라는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 날,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마우스를 누르는 손끝이 떨렸다. 5과목 중 3과목 합격. 솔직히 4과목은 통과하기를 바랬지만, 이상하게도 실망보다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해냈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나머지 과목도 통과해야지 하면서 잠시 놓아 두었던 다른 과목을 수강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슬럼프가 오게 될 줄이야..

이거 꼭 해야되나, 어디에 도움이 될까, 힘들어라는 마음속의 변명과 함께 회사와 일상 생활의 바쁨으로 인해 점점 공부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준비해야지 하면서도 마음과 몸은 공부라는 것을 번거롭게 느껴지고 점점 호기롭게 세웠던 목표는 머리속에서 사라져 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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