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랜드 독특하다. 이름만 들으면 마케팅 컨설팅을 하는 회사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브랜드 이름이 경영관리론에 나오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웨딩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해 호텔과 레스토랑, 의류매장까지 운영하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사가 추구하는 사명도 범상치 않다. ‘세상에 오모테나시(손님을 위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접객을 의미)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들이 내건 핵심가치는 단 하나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고객을 대접하라’, 즉 황금률이다.
‘플랜두씨(Plan Do See Inc.)’는 1993년 일본 도쿄에서 노다 유타카가 설립한 웨딩서비스 기획사다. 노다는 회사 설립 전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하객 1인당 접대비가 6만엔(약 43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쌌지만 돌아오는 것은 형편없는 음식과 서비스였던 호텔 수준을 보고 경악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좋은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가 한창 꺼지고 있던 시기라 서구식으로 바뀐 화려한 결혼식 역시 들이는 예산에 따른 양극화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플랜두씨는 설립 직후부터 핵심 공략 대상을 양가 부모가 아니라 신랑·신부로 놓고 이들의 눈높이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했다. 설립 이듬해 업계 최초로 ‘하우스 웨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눈길을 끌며 사업이 승승장구해 창업 15년이 지나자 일본의 동종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호텔과 레스토랑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사업 무대 역시 일본을 넘어 미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발을 뻗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들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시장이 바뀌는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선 결혼하는 인구와 하객수 모두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지만, 그에 비해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다. 또 간소한 결혼식 아니면 성대한 결혼식을 원하는 쪽으로 수요가 양극화되는 변화도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호텔보다 싼 비용, 그러나 호텔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나서자 수요가 몰렸다.
이들이 업계에서 일으킨 신선한 돌풍은 일본의 결혼서비스 업계 전체의 판도를 바꿨다. 호텔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웨딩·레스토랑 서비스를 새로운 버전으로 잘 업데이트해 접목하면서 업계의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은 일본 굴지의 웨딩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며 플랜두씨의 라이벌이 된 ‘테이크 앤 기브 니즈(Take and Give Needs)’도 이때 두각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후발주자로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신규 매장 출점에 중점을 둬 매출을 키웠다.
이에 반해 플랜두씨는 업계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맞아 다른 방식으로 독자적인 돌파구를 열어 보였다. 특히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유휴자산 등을 빌려 리노베이션한 뒤, 결혼식장과 고급 식당을 여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건물에 얽힌 역사와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부부의 사랑을 엮어 스토리텔링을 했다.
1927년 일본 근대 건축의 거장 다케다 고이치가 설계해 탄생한 시마즈제작소의 옛 교토 사옥에 ‘포춘 가든’이란 이름을 붙이거나, 고도 교토의 분위기에 걸맞게 100년 전 지어진 목조주택을 개조해 레스토랑과 결혼식·파티 공간으로 변모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입장에서 이들이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앞서 말한 ‘오모테나시’라는 무형의 자산을 아예 확고한 사업 모델로 구축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의 복지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랜두씨는 ‘일본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를 뽑을 때 단골로 선정될 만큼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정규직원뿐만 아니라 임시직원들 모두 월간 근무시간을 200시간 이내로 한정하고, 웨딩플래너에겐 보조직원을 고정적으로 붙여 신랑·신부 여러 팀을 맞아도 효율적으로 응대할 수 있게 했다. 영업이익만 생각하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직원이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유롭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경로도 단축했다. 특히 오모테나시를 전파하기 위한 직원 연수는 종류만 20종에 달할 정도로 기본 영업 예절부터 매니지먼트까지 다양하고 세세하게 구성했다. 이들이 교육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설한 전용 사이트 ‘워크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자사 직원 연수에만 활용되지 않고 타 업체나 일반인들까지 몰려올 정도로 주목도가 높다.
필자가 교토에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플랜두씨가 운영하는 ‘포춘 가든’에 점심 예약을 하고 일행들과 함께 방문했다. 근무하는 직원들은 저마다 맡은 구역 내 테이블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면서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쉬지 않고 찾았다. 실제로 대접받고 있는 기분이 들다 보니, 음식의 맛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고,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던 가격도 결코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과할 정도로 친절한 일본의 접객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반응까지 고려해 세밀하게 계산해 응대 전략을 마련한 이들의 서비스를 한 번 접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느꼈다. 이들은 기존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되던 모든 마케팅 전략은 물론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지겨운 레토릭에 홀로 대항하는 〈매트릭스〉의 ‘네오’와도 같았다. 오모테나시의 실현을 위해 그저 매일매일 계획(Plan)하고 실행(Do)하며 평가(See)하는 브랜드, 직원 한명 한명이 오모테나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 이들은 회사의 매출이나 규모를 성장시키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싶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의 매출액은 줄곧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최고의 마케팅 전략은 고객에게 신경을 쓰는 것, 그것 하나 아닐까. 지금 여러분의 브랜드는 어떤가? 고객을 신경 쓰고 있는가? 고객이 여러분의 브랜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감동과 정신이 있는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