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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기행 #1

- 김소영: 일정

by 문장강화

처음, 여행지를 남해로 정한 데에는 별 이유 없었다. 그냥 놀러 가고 싶었다. 마침 학교에서 여행자금 지원 공고가 내려왔고, 바다가 가고 싶었고, 나와 같이 놀러가는 친구랑 마음이 맞는 곳이 남해였을 뿐이다. 그전까지 남해에 대한 내 인상은 김승옥 작가가 6.25때 잠시 피난 갔던 섬 정도, 남해는 내 마음에서나 지도상에서나 점 하나에 불과했다.
공고에 붙기 위해 친구와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유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작은 공고에 유배라는 큰 이름을 붙이니 뭔가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해지라면 뭐든 붙일 수 있는 말이다. 저 김춘택은 유배지의 자신을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땅 속 지렁이(蚯蚓)”로 표현한 바 있다. 나 역시 지방출신 서민이니 서울 공화국에서는 이미 유리된 것이나 진배없다. 유배여행을 총해 의미를 부여하자- 정도로 생각했다.
구색은 맞췄으니 이제 대전제 아래 지도를 머리 속 골목골목으로 확장시켰다. 남해라는 공간이 어떻게 문학을 통해 장소가 되었는지를 중심에 뒀다. 무계획적으로 확장시켰다가 일정에 맞지 않으면 철거시키고를 반복하니 남은 곳이 몇 군데 안 남았다. 그렇게해서 선정된 곳은 남해 유배문학관과 노도였다.
선정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유배문학관: 유배문학이 가지고 있는 컨텍스트 및 남해의 전반적인 분위기 파악.
2. 노도: 김만중의 남해 유배지의 생애 이해.

이 두 가지 목표와 함께 유배여행의 돛을 띄웠다. 김훈 박래부의 문학기행처럼 제대로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여행을 가고 싶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여행에 대한 생각이다. 여행하면서 많은 것이 생겼다. 글을 연재하면서 새로이 의미를 발견한다면 더 좋겠지만, 설사 발견 못해도 가치있는 여행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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