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간의 조율

by Chloe

올해 초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Km당 7분대를 유지하니 Runner 라기 보단

Jogger입니다.

최소 주 3회, 휴식 없이 5km를 달리지만 7분대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저의 목표는 속도는 유지하되, 거리는 5km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10km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건 스트레스와 불면증 때문입니다.

3년 전부터 카페인에 민감해져서 하루 2잔 이상,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어렵게 잠이 들어도 4시간 이상은 잘 수 없어서 피로감이 쌓이고 있었어요.

게다가 올 초부터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늘었는데,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지쳐갔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어느 날, 따뜻해진 밤바람에 용기를 냈습니다.

저희 집 앞에는 하천공원에 트랙이 조성되어 있어서 달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울기 직전의 심정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끝날 때는 다시 일어설 에너지가 생겼어요.

그 날밤은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이후에 달리기는 루틴화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퇴근 후 저녁 8시~9시 사이에 시작하고

주말에는 일어나자마자, 혹은 평일과 같이 8시~9시 사이에 시작해요.


당연히 하기 싫은 날이 더 많지만 일단 트랙 위에 올려두면 몸은 알아서 움직였습니다.

또 일단 시작만 하면 꾸역꾸역 5km를 해내고요.


5km를 쉬지 않고 달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었습니다.

저의 최장 기록은 15km인데, 신체적으로 통증이 오는 지점은 10km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관지가 마르거나, 숨이 턱 하고 걸려서 금세 휴식을 갖게 됩니다.

저에게 가장 잘 맞는 호흡 조절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달리기와 명상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 퇴근 후 달리기를 시작할 때 머릿속은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로 엉망진창입니다.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분노가 남아있어서 시원하게

전력질주하며 에너지를 쏟아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전력질주는 잠깐은 시원하지만 금방 에너지가 소진되어 목표를 채우기 힘들고,

다음 날까지 다리의 통증으로 불편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몇 번 더 거친 후 이젠 머릿속이 복잡해도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들끓는 머릿속과 화를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뛰기 시작할 때 엉망진창이던 기분도 끝날 때쯤엔 차분해지고, 적당한 육체적 피로감은 쾌감이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고른 호흡이었습니다.

명상은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호흡에 집중하는 저는 달리면서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후 달리기는 몸은 물론 마음까지 챙기며 저의 균형을 맞추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루의 마무리, 때론 하루의 시작을 달리기로 심신을 조율합니다.

덕분에 요즘의 저는 달리기를 하기 전 보다 몸과 마음 한층 건강해졌습니다.


더 큰 변화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입니다.

계절이 바뀐 후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나갔지만, 예고 없는 장맛비에 젖을 때가 있습니다.

돌발상황을 싫어하는 성향이지만 어쩔 수 없는 계절적 흐름은 받아들여야 하지요.

열기를 식혀주는 빗방울은 반가울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도 긍정적인 시선을 바라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달리기는 저의 사랑스러운 도피처입니다.

트랙 위에서 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성을 키웁니다.

저에게 달린다는 행위는 단순히 체력을 위한 활동이 아닌 몸과 마음까지 조율하는 일종의 수행이 되었습니다.


앉아서 하는 것만이 명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달리기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서일수도 있고, 회화 일수도 있습니다.

혹은 달리기보다 더 동적인 행위 일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것이든 그 가운데 자신과의 소통을 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면 그게 바로 명상이 아닐까요?

누구나 자신만의 명상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찾기 전보다 풍성하고 균형 잡힌 삶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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