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취향, 나의 길티플레저

by Chloe

향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각적인 것보다 존재감이 강할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 향수란 단순한 소품이 아닌 소중한 안식처예요.

오랜 시간 사용해 온 향수 취향은 제가 가진 가장 오래되고 소중한 길티 플레저입니다.


저는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까다로운 성미라기보다는 솔직한 편이에요.

다만 그 취향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메뉴를 6개월 이상 먹어도 불만을 갖지 않을 때도 있지만, 먹어보지도 않고 거부하는 음식도 있습니다.

맛있다고 극찬을 했지만 두 번 먹지 않는 음식도 있어요.

심지어 저의 옷장에는 무채색의 비즈니스 캐주얼과

핫핑크 가죽재킷과 시스루 원피스 같은 다양한 콘셉트의 옷이 섞여 있어요.

책꽂이에는 소설부터 뇌과학, 자기계발, 예술 관련 서적까지 다양하게 있답니다.


다양하게 탐닉하는 취향 중

향수는 가장 오랫동안 일관된 취향이에요.

향수 수집은 하지 않아요.

실제 사용하는 향수를 구매하지만, 계절에 따라 다른 향수를 사용합니다.

봄에는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을 사용하고,

여름에는 장마철에도 기분 전환을 해줄 수 있는 생장미향을 사용합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바닐라향이 가미된 묵직한 향을 좋아해요.

알뤼르는 20년째 겨울마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달달하고 묵직한 알뤼르의 향은 차가운 겨울 공기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또, 향수를 선택할 때 일관된 취향이 있어요.

바닐라와 베티버라는 우디노트, 베르가못이라는 시트러스노트가 들어간 향수를 좋아합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좋은 향을 맡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간질간질한 뭔가가 올라오며 순식간에 도파민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향수를 고르는 일은 단순히 좋은 냄새를 찾는 일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TPO에 맞는 향수를 뿌리는 것으로 외출 준비를 끝냅니다.

바람과 기온마저 딱 맞는 날에는 자존감마저 올라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보통의 저는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합니다.

쇼핑을 즐기지 않고, 구매 리스트를 적어서 마트에 가곤 해요.

한번 구매한 물건은 오랫동안 사용하고요.

하지만 향수는 단 하나의 예외입니다.

저를 설레게 하는 향이라면 가격은 잘 보이지 않아요. 때론 구매 계획에 없던 향수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때면 지금 향수 살 때가 아닌데,라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향수가 저에게 주는 기쁨은 늘 죄책감을 넘어섭니다.

그래서 향수는 저에게 '길티 플레저'가 되었어요.

죄책감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특별한 취향,

하지만 그 죄책감마저 즐기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향수는 저에게 액세서리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위안을 주고, 자존감을 올려주기도 합니다.

단순한 취향을 넘어 삶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향수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작은 사치를 느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듭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작은 길티 플레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은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해 보이지만,

작은 일탈이 일상의 기쁨이 되어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거든요.


나의 가장 오래된 취향이자 유일한 길티플레저인 향수,

이 작은 사치가 제 삶에 가져다주는 커다란 풍요를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즐거움을 만끽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새로운 향기들을 찾아내고,

세계를 넓혀갈거에요.

또 어떤 향수를 찾아내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전 02화7분간의 조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