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우백호 하면 좋은 풍수자리를 말하는데 나에게는 벅찬 두 사람의 이야기다. 좌청룡에 시엄마 우백호에 사춘기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나는 갱년기 아줌마다.
오늘은 우백호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학원 다니는 아들의 저녁 야식을 만들어 픽업을 갔다. 전화로 어느 위치에 서있는지 확인을 하는데 전화기 너머 아들이 묻는다. "엄마 오늘 야식 뭐 사 왔어?" 아 차차 싶었다.
며칠 전 차에서 먹기 편한 햄버거나 삼각김밥 혹은 꼬마김밥을 사가지고 오라던 명령을 고사이 까먹고 토마토 으깨고 토핑 다져 넣고 볶아서 스파게티를 만들어왔던 거다. 그걸 싸면서도 젓가락이 편할까 포크가 낫겠지? 라며 두 개를 다 챙기면서도 "차에서 먹기 편한" 음식을 사 오라던 신신당부를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래 난 갱년기다...
"뭐 사 왔어?"
"..... 스파게티 만들어왔는데"
"아니 햄버거나 간단한 거 사 오랬잖아?"
"..... 까먹었어"
고 사이 아들이 있던 자리에 도착해서 차에 태우고 스파게티를 넘겨줬다.
투덜거리긴 했지만 워낙 좋아하던 음식이라 생각보다는 쉽게 넘어가주었다.
하지만 스파게티를 포크로 한번 먹더니
앞만 보고 운전하는 내 눈에도 아들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그 미묘한 목 넘김의 소리와 곧 벼락을 내뱉으려는 빠른 넘김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니 스파게티가 이렇게 퉁퉁 불어서 온다고?"
나는 빠르게 대답했다.
"엄마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너무 이르게 만들었어. 그냥 먹어, 식진 않았잖니?"
아들의 폭풍 잔소리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난 요즘 끌어당김, 마음 챙김, 명상 등 나의 정신적 평화를 위한 훈련 중이다. 저 화에 나도 같이 화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아들의 잔소리를 차단하려고 애썼다.
아들은 입맛이 까다롭고 아주 미세한 맛까지 잡아내는 시댁식구들의 입맛을 닮았다. 한마디로 남편의 입맛을 닮았다는 거다. 20년 넘게 살면서 남편 입맛이야 내 손맛에 길들여졌지만 이놈 내 뱃속으로 나은 놈인데도 그게 안 잡힌다. 어쩔 때는 도대체 어떤 맛을 내놔야 맛있다고 하는지 도통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의 요리솜씨는 형편없다.
오죽하면 아들이 "엄마 일반적으로 좀 만들어봐"라고 말을 할 정도이니, 그랬다 난 같은 맛을 낼 수가 없는 사람이다. 미역국을 백번정도 끓이면 머릿속에 자기만의 레시피가 생기기도 할 텐데 전혀 없다 어쩔 때는 마늘을 어쩔 때는 소금으로 간을 어쩔 때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한 덩이 풍덩, 정말이지 요리 쪽으로는 ADHD느낌이랄까? 그렇더라도 엄마가 해준 거라면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라는 위풍당당한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간도 맞았는데 단지 좀 불은 면때문에 이렇게 타박을 당하니 어질어질했다.
내 정성을 품평하고 난도질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집에 도착했다. 자존심은 이미 퉁퉁 불어 터진 스파게티 면발처럼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복수'인지 '망각'인지 모를 행동을 저질렀다.
아직 아들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차 문을 잠가버린 것이다.
차 안에서 포효하는 우백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