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side Ar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seul Jul 20. 2020

[Review] 퀘이형제展에 가다

<퀘이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에 다녀오다

 "우리는 퍼펫들과 장식으로 세계를 통째로 창조한다."

 (We create whole universes with puppets and with decors.)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5년 단편영화 Quay에서 퀘이형제가 한 말이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퍼펫들과 그 세트장이 되는 도미토리움. 퀘이형제는 이 창작물들로 퍼펫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우리를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들의 세계를 엿보고자 7월 12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퀘이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을 찾았다. 


ⓒ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퀘이형제와 블랙드로잉 

퀘이형제는 1947년 필라델피아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와영국 왕립예술학교를 거쳐 초기에 그들이 창작한 것은 드로잉이었다. 종이와 연필이라는 단순한 재료들을 사용해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짖게 배어 있는 ‘블랙드로잉’을 선보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고문기술자>이다. 팔다리가 줄에 묶여 마리오네트처럼 폭력을 가하는 남성 밑에 하얀색 다리와 손으로 표상되는 상처난 몸의 피해자가 있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명확히 구분된다.  


이 그림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웠던 것은 가해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반복되는 폭력에 무감해진 것일까. 아니면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에서 말하듯 깊은 생각 없이 그저 기계처럼 명령에 따르다 보니 그런 얼굴을 하게 된 것일까. 작품을 응시할수록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퍼펫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렇게 드로잉을 하던 그들은 동창 키스 그리피스를 만나며 영화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피스가 제안한 영국영화협회의 실험영화제작 프로그램에 예상치 못하게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때 퀘이형제가 선택한 것이 바로 퍼펫 애니메이션이었다. 


퍼펫 애니메이션은 1910년 러시아 감독인 라이슬라스 스타레비치가 최초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한 형태로, 퍼펫을 한 프레임마다 조금씩 움직이고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어마어마한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퀘이형제가 이 작업을 일컬어 “허리에 큰 무리를 주는 작업(havoc on your back)”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Bruno Schulz's "Street of Crocodiles" Photographⓒ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전시회에서는 <눈물의 유리너머>, <얀 슈반크마예르의 캐비닛>, <이름없는 작은 빗자루>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과 도미토리움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대표작 <악어의 거리>였다. 이는 제39회 칸 영화제의 초청작으로,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구조는 꽤나 모호하다. 퍼펫은 창문 밖으로 자신이 해부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갑자기 거울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퀘이형제 작품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리는 창문 밖에 보이는 것을 모방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가 가장 모방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We don’t try to emulate what’s outside our window. 
That’s the last thing we would want to emulate."


이 작품에서 특히 퍼펫이 창문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분은 퀘이형제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박물관’이라는 소재를 떠올리게끔 했다. 창문 밖 해부당하는 퍼펫이 생명력을 잃고 관찰대상으로 전락하는 박물관 속 존재들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관심사 때문에 퀘이형제가 퍼펫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 

전시의 끝자락에서는 퀘이형제의 새로운 도전들을 볼 수 있다. MTV에 의뢰를 받아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고요한 밤 시리즈>, 설치미술이라는 새 영역에 도전한 <하인 여행의 관>, 연극 무대 제작에 참여한 <몰리에르 “서민귀족” 런던국립극장 무대>까지. 한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퀘이형제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The Coffin of a Servant's Journey PhotographⓒKeith Paisley


애니메이션 영상과 도미토리움, 인형과 그 뼈대까지. 어디 하나 빠질 것 없이 알차게 구성된 전시였다. 10월 4일까지 진행중이라고 하니, 가서 그로테스크 퍼펫 애니메이션의 거장들을 만나보는 어떨까.  




퀘이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전시기간

2020년 06월 27일(토) - 10월 04일(일)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 오후 6시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관람 요금

성인(만19세-64세) - 12,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 10,000원

어린이 (만36개월-12세) - 8,000원 


주최

전주국제영화제 / 예술의전당

ART BLENDING 


주관

ART BLENDING 


협찬

DASAN ART



*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라는 문화예술 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8830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그 이후: 미술시장은? 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