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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Feb 24. 2023

엄마의 병영일기 8

2023. 01. 02. 월

지인의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도토리 가루로 후딱 만든 도토리 빈대떡


#1.

1층에서 음식 냄새가 풍기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쿵, 쿵, 쿵, 쿵!

오늘은 그 쿵의 강도가 약하고 잦다.


2층에서 음식 냄새를 맡고 내려오는 발소리다. 소리만으로도 알지. 누구의 발소리인지. 발자국 소리 따라 엄마도 심쿵하고 있다는 걸 너흰 알까!


자대배치가 좀 늦어져서 오늘이랬는데, 엊그제 훈련소 수료식 때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잖고, 애써 뒤도 돌아보지 않던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맘이 아리다.


"음~~~ 엄마, 이거 되게 쫀득하니 맛있당." 어깨춤을 추며 엉덩이를 들썩이는 딸내미를 밥을 먹으면서 서너 번이나 끌어안는다.



#2.

저녁을 채 다 먹기 전,

자대배치받고 저녁밥도 먹었다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환경도 밥도 훈련소보다 훨씬 좋고, 내무반 분위기도 좋다는 말에 안도의 눈물이 맺힌다.


여리여리한 몸매에 어울리잖게 도토리 묵밥에 전까지 야무지게 먹으며 연신 콧소리를 내는 딸내미에게 손에 물 한 방울도 묻히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다 해달라고 하며 한 달 동안 푹 쉬라고 했다.

이 애틋함 또한 엄마여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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