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나, 우리
책은 또다른 책을 불러온다.
이 책은 종종 떠올리려 애써도 생각나지 않았던 저자와 책을 소환했다.
<<한국인의 의식 구조_이규태>>.
여고 시절 내내 도서실을 아지트 삼아 지냈다. 도서실 문을 열면 왼쪽 책장 맨 아랫부분에 시리즈로 있었던 책이다. 읽고자 했던 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 있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때, 3년 내내 눈에 담아 두고서도 읽지 않은 채로 남겨 두기가 마음에 걸려서 작정하고 읽었다. 막상 읽으니 쭉쭉 읽혔다. 그 책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객관적으로 공감하게 해서 재미있었다면, 이 책은 한국인 같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인을 묘사한 것이라 재미있게 읽혔다고나 할까.
일요일은 항상 붙잡고 매달리고 싶은 시간이다.
일요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찌나 시간이 순삭되는 느낌인지...
시간에 대한 미련을 미련으로 남겨두지 않고, 잡지 못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고자 눈곱만 떼고 아지트 삼은 카페로 향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 눈치 보지 않고 만 원의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곳.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음악과 노트북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충전 시설이 꽤 마음에 든다. 종종 아지트 삼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해서 기쁘다. 집에서 걸어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곳을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발견의 기쁨을 느끼며 일요일의 한자락을 마음껏 누린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한 테이블 건너 한 커플의 싸우는 소리가 한 시간 넘게 이어진다. 계속 눈치를 주는데도 둘만의 싸움에 초집중 하신 듯!
그래, 너희들은 싸움에 집중해라. 나는 오랜만에 쭉쭉 읽히는 나의 책에 집중할 테니...
마침 책에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시끌벅적한 카페나 음식점에서 예민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
하지만 그건 외국인의 시선이고, 몇 번이고 “카페 전세 냈냐!”고 따지고 싶은 것을, 괜히 자기들끼리의 싸움에서 내게 불똥이 튈까봐 소시해지는 마음도 있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싫은 마음 반, 기껏 낸 내 시간을 엉뚱한 데 낭비하기 싫은 마음 반 등의 계산도...
지루하지 않은 편집과 차례만 보아도 웃음이 지어지는 목차로 인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객관적’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의 평가는 반감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이 책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아직은 낯선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웃음을 짓게 된 이유는, 공감하기 때문이어서가 가장 컸고, 한국인의 날것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였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제목과 저자를 생각해내지 못해 끙끙댔었는데, 30여 년 전 읽었던 그 책을 다시 찾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으로 인해 얻은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