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는다는 것

식구

by 오리궁뎅E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의 손맛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을 가장 자주 하는 이는 나다.

여섯의 자녀가 아닌 나, 며느리.

양미리 조림.JPG 양미리 조림

내가 결혼했을 때, 시어머님의 음식을 먹고 처음 느낀 것은 '맵칼'이다.

고춧가루와 마늘이 아주 넉넉히 들어간 맛 말이다.

TV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묘사할 때 '충청도유~~~~~~'하고 길게 빼는 것은 반은 맞고 반든 틀리다.

이 묘사는 충청남도와 좀 더 가깝다. 충청남도와 북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우월함의 차이가 아닌, 다름의 차이.


충남의 여자가 충북의 말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세다', 두번째 느낌은 '빠르다'. 억양도 강원도나 경북이 약간 섞여 있어서, 강한 느낌을 받았다.

음식도 그렇다.

충남은 고추장과 진간장을 많이 써서 들큰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는 반면, 충북은 고춧가루와 마늘을 많이 써서 칼칼하고 알싸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젠 내가 나고 자란 충남에서의 시간보다 충북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져서 나의 음식은 충남과 충북이 적절히 조화된 느낌이지만, 친정 식구를 만날 때와 시댁 식구를 만날 때가 조금씩 다르다. 내 말만 듣고서는 사람들이 나의 고향을 짐작하지 못한다.


시댁 육남매는 매주 일요일마다 번갈아가며 아버님을 문안하는데, 지난주는 우리 차례였다.

나는 사서 먹으면 그 맛을 내기 어려운 어머님이 해주시던 음식 중에서 아버님이 좋아하실만 한 음식들을 해 드리곤 한다. 찬바람이 불면 특히 좋아하시는 양미리 조림과, 야들야들한 묵을 채쳐 묵밥을 해드렸다.

요즘은 간식도 곧잘 드시곤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추빵이 어른들 입맛에 잘 맞을 듯 하여 사드렸더니 맛있다고 하신다.


총각김치.JPG

함께 점심을 먹게 된 막내 시누이는, 싱싱한 활전복이 있어 새언니랑 함께 먹으려고 가져왔다며 살뜰히 씻어 회로도 먹고 구워도 먹자고 했다(결혼한 지 삼십 년이 다 되도록 나는 새언니다). 더욱 풍성해진 식탁을 함께 즐기고, 절여 두었던 총각무를 후다닥 양념해서 드라이브 삼아 막내 시누이에게 깜짝 배달했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저녁 때 바로 담근 총각김치를 보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나는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데, 바로 무친 알싸함을 좋아하는 시누이를 배려한 셈이다.


"주말 잘 보냈어요?"

옆자리 동료와 인사를 나누다 보니 출근은 안 했지만, 쉬었다고 하기도 애매했다. 다만, 나의 수고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었으니 잘 보낸 건 맞네.


영빈관 간짜장.JPG

함께 출장을 다녀 온 이후, 부쩍 친해진 A와B는 SNS를 보더니 오늘은 간짜장을 함께 먹고 싶단다. 기꺼이 말만 듣던 중식당으로 달려간 쟁반짜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맛있게 냠냠 후 함께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후식을 챙겼다. 방송 출연 후, 발이 빠르지 못하면 살 수 없는 통팥 찹쌀떡으로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나니 부른 배 만큼이나 마음까지 풍성해진 하루다.

찹쌀떡.JPG


이렇게 마음이 담긴 음식을 함께 나누니, 나눈 사람들과의 사이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족을 '식구'라 부르나보다. 식구가 늘어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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