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건, 당연한 게 아냐.
이제껏 뭘 자꾸 채우려 하며 살았나 보다.
연말이 깊어질수록 비우는 것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
마침
가까운 도서관들에 희망도서로 신청해 두었던 책이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불교적 색채가 짙었다. 읽으면서도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ㆍ무소유ㆍ전생ㆍ환생ㆍ인연 등의 단어들이 계속 연상되었다. 요즘 즐겨 시청하는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라는 드라마도 오버랩되고.
제자들이 죽음에 대해 물으면,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공자도 말했다지.
살아있는 사람이 사후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모르니까. 그래서 궁금할 수밖에.
12월이 되면 자연스레 1년을 살아온 것에 대해 되새김질하게 되는 것처럼. 게다가 나의 관심 키워드인 '도서관'이 저승과 결합되었다? 꿀잼각이다.
책을 펼치면 알고 있으면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되는 단어의 뜻을 풀이해 놓은 게 눈길을 끈다. '저승'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서늘해지는데, 이와는 대비되는 따뜻한 표지가 삶과 죽음은 멀리 있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수없이 많은 드라마나 책을 통해 우리는 저승의 느낌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쉽게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뜬 것, 밤에 가족 모두 안전하게 돌아와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에 대한 심플한 감사 기도를 한다.
심하게 아프고 난 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순간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싶어졌다.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때때로 그 생각을 놓치고 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