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대로 삽니다(2)

적정한 공감

by 오리궁뎅E

5,6년을 새벽 네 시 즈음에 일어나 경쟁 아진 경쟁을 하며 자기계발을 한 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A이다.

내 글을 써야지 하면서도 직장일과 병행하다 보니 마침표를 찍는 시간이 늘어지고 있다. 그 한편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서평을 쓰기도 하고, 학생 때 하지 못했던 어학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다.

오늘도 5,6년 전에 했던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 어제 공부한 기초 일본어를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올렸다. 올리고 나서 나와 같은 책을 읽은 A의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때 열심이었던 그 모습과는 달리 나태한 지금의 자신이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말.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때의 자신도 지금의 모습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타인과의 관계 만큼이나 자신과의 관계도 중요해서 과거,현재,미래의 자신을 모두 사랑해주기로 했다는 것.

일을 병행한다는 것을 핑계삼아 글쓰는 것을 자꾸 미루었지만, 일을 하지 않고 시간이 많다고 해서 글이 술술 써질까?

한때는 글 쓰는 것도 재능이라 생각했고 미사여구를 잘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요하지만, 나의 일상과 생각이 특출나지 않고 언어가 특별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글이고 그중에서도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언어는 참 출중하다.

특별히 기억나는 멋있는 단어는 없지만,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고 아껴가며 읽고싶은 책이다.

평범함을 출중함으로 바꾸는 능력이 이 작가의 매력인 듯하다.

매일 해야 할 일을 열 가지 쯤 투두리스트로 만들어놓고, 50분 몰입하고 10분 쉬는 것을 반복했던 나.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기쁨과 만족을 느꼈던 소위 백수의 날들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이 그런 나를 “백수 과로사”할까봐 걱정했었다. 나의 MBTI인 ENFJ의 J도 어쩌면 그 때 강화되었던 것일 수 있다. 평소의 나는 P의 모습도 다분히 있으니까.


그땐 그랬지만 나도 지금은 그 모습이 아니다.

10시에 잠들고 여섯 시쯤 일어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조금은 느긋한 성향도 있어서, 지금 젤 중헌 게 뭔지를 알고 그 중헌 것 위주로 살아간다. “그땐 그렇게 사는 것이 필요했고,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것이 필요할 뿐”이라는 마인드로 살아서인지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고 받더라도 금방 휘발되는 뇌를 가지고 있어 살아가기 참 편한 사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읽고 쓰기는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쩌면 내가 쓰는 게 더딘 것도 읽은 양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하고 매일 한 권씩 읽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려는 강박증이 있었다. 지금은 그것으로부터도 조금 느슨해져서 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단순한 게 문제인가 싶기도 해서 생각을 깊고 넓게 해보려고 한다.

최근에 아주 오랜만에 동생과 단둘이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내가 새벽기상을 하고 SNS에 인증하던 그 때, 동생이 보기에 내가 위태로워보였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할까 하고. 단언코 나는 그때 정말 즐겁고 하루하루가 재미있었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운이 나빴다면 정말 큰 일이 날 졸음운전을 했던 기억이 났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가치있게 쓰는 것도, 여유를 가지고 건강을 챙겨가며 사는 것도 모두 소중하다. 책을 읽다보니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몰입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느슨해져 있는 나를 인정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간에,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가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을 만나 반갑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던 특별한 인친 A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거라 믿는다. 시간이 되면 이 책을 가지고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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