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이 음악이 들리면 아릿하게 어린 시절이 소환된다.
"혜화동"
여름이건 겨울이건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가 공기놀이며 고무줄을 하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른 채 썰매를 타곤 했다. 굴뚝으로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
울컥해진다.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치고 올라와 기어이 눈물 한 방울을 떨구어내고야 마는.
"아~따 가시내야, 고만 싸우고 와서 밥 묵어. 아~따 가시내들 오니께 사람 사는 집구석 같네." 하는 성동일 아빠의 목소리도 정겹고,
"쌍문동 노래하는 치타, 라미란입니다."하고 음악을 틀었는데, "계란이~~ 왔어요." 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배꼽을 뺀다.
연말연시에 주말이 이어져 집에 있는 동안 "응답하라 1988"을 몰아볼 수 있었다. 마침 응팔 10주년 기념 예능도 함께 볼 수 있어서, 1988년의 나는 물론, 그로 인해 연상된 추억들도 고구마 줄기마냥 따라왔다.
마지막엔 극 중 막내였던 진주도 합류해서 5살 꼬마였던 아이의 15살이 된 모습을 보고 지난 10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즐겁게 웃으며 봤는데, 몽글몽글해지고 가슴 한켠이 저민 듯 아파오는 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자각함 때문뿐일까!
10년 후의 배우들은 그때 극 중 그 사람들처럼 가족이 되고 이웃사촌이 되어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눈다.
사랑이, 우정이, 정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해 주고 우리를 위로해 줬던 그 드라마, 그 사람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무렵, 국민배우 안성기가 위독해서 응급실로 향했다는 뉴스를 듣고 가슴이 철렁하며 안타까웠다.
오늘 퇴근길에 그의 소천 소식을 들은 터라, 응팔은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긴다.
시원한 웃음과 선한 눈매가 매력적이었던 안성기.
웃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울어줄 것만 같았던 영화배우 안성기 님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