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우리는 어떤 것을 규정하고자 하면, 그것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맞닥뜨린다. '푸름'을 규정하고자 하면 무엇이 푸른색이 아닌지를 생각해야 하고, '인간'을 규정하고자 하면 어떤 동물은 인간이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죽음을 규정코자 할 때는 어디까지가 죽음이 아닌 삶인지를 사유해야 한다. 실제로 저자 셸리 케이건은 책 내내 사고실험을 통해 삶과 죽음의 애매한 경계를 상기시키며, 어디까지를 삶으로, 어디까지를 죽음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연한 듯이 넘어갔지만, 이는 철학적으로 논란 없는 문장은 아니다. 역사의 시간성만을 강조하는 서술은 현대철학에서 제기된 공간성 개념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시간성의 측면에서도 그것이 '흐르는'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세의 신학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에 대한 견해에 따르면, 과거-현재-미래에 이르는 시간이란 그 실체가 다분히 모호한 것이다.